김영삼·김대중 '사저 괴담' 닮은꼴
  • 나권일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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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저는 언제나 세인의 관심거리이다. 1997년 김영삼 대통령이 지은 지 30년이 넘은 건물이어서 건물의 안전도에 문제가 있다며 상도동 사저(대지 1백2평)를 건평 90평 2층 건물로 개축하고, 상도동 사저 주변 2백74평에 8억2천만원이나 들여 경호용 주택을 신축하자 야당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그 해 8월, 국민회의 박선숙 부대변인(현재 청와대 공보수석)은 논평을 내고 “파탄에 이른 경제 수습은 뒷전인 채 자신의 퇴임 후 거처에 경호용 주택을 짓는 김대통령의 행보는 선후가 한참 바뀌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본분인 국정 수습에 충실하라”고 꼬집었다. 자민련도 “상도동 사저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 공사는 ‘본래 모습 그대로의 집으로 돌아가겠다’던 김대통령의 1992년 대선 공약을 어긴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김대중 대통령의 사저 신축 논리도 전임 김영삼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동교동 김대통령 사저 신축과 관련해 “역사적 공간의 기념관으로도 검토했지만 건물이 너무 낡은 데다 경호 문제도 있어 옛 자택을 철거했다”라며 사저 신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김영삼 대통령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박종웅 의원은 “1백73평 대지에 사저를 신축하는 것은 국민에게 엄청난 위화감을 준다”라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 역시 동교동 사저와 아태재단 신축을 5공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설립에까지 비유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장기표 민국당 최고위원은 한술 더 떠 “현직 대통령이 자기가 살던 집에 지상 5층 지하 3층 대형 건물을 지은 것도 잘못인데, 그곳에 퇴임 후에 살 살림집을 함께 짓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사저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부부의 사저와 이웃한 최병옥 할머니(74)는 “재단 건물도 엄청나게 큰데 개인 집을 또 짓는다니. 국민들에게서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대통령 부부로서는 아들 걱정에다 집 걱정이 하나 더 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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