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이 형이 내 앞길 막았어”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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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큰형의 ‘충고’를 ‘견제’로 인식해 갈등 빚어



김대중 대통령의 첫째 아들인 민주당 김홍일 의원과 3남 홍걸씨가 현정권 들어 미묘한 갈등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두 사람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는 홍걸씨와 최규선씨가 추진했던 벤처 투자 회사 설립을 둘러싼 것이다.



2000년 2월 최씨와 홍걸씨가 사우디의 알 왈리드 왕자가 머무르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아스펜 스키장에 찾아가 10억 달러 규모의 벤처 투자 회사를 만들기로 했으나 김의원이 반대해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홍일씨가 반대하자 홍걸씨가 청와대를 나와 시내 호텔에 묵으며 ‘형이 내 앞길을 막는다’고 불평을 토로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밖에도 두 가지 사례가 더 거론된다. 언젠가 동서인 ㅊ토건 황인돈 사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홍걸씨는 홍일씨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자기가 누구와 만났다는 보고가 청와대에 올라가 김대통령이 자기를 호출해 사실 여부를 물어본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홍걸씨는 “그때 나는 국내에 없었다는 것을 아버지도 아시지 않느냐. 어떻게 이런 보고가 올라올 수 있느냐”라고 따지며 홍일씨를 원망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친인척 관리를 담당한 사람들이 김의원의 동창과 측근이었기 때문이다.



홍걸씨는 또 무기중개상인 조풍언씨가 자기를 팔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어 아버지에게 보고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걸씨가 국내에 들어올 때마다 수시로 만났던 한 인사는 “조씨는 홍걸씨와는 관계가 없고 홍일씨의 측근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한때 김대통령이 홍일씨에게 조씨를 가까이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어 한동안 조씨가 국내에 들어오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27일, 4개월 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귀국한 홍일씨도 미국에서 한 지인과 만나 “그렇게 내 말을 안 듣고 최규선과 어울리더니…”라며 홍걸씨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원측은 부인하지만 정가에서는 김의원이 귀국 직후 청와대에서 김대통령과 만나 식사를 했을 때 홍걸씨와 관련한 얘기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교동계 한 핵심 인사는 정치 활동을 오래 한 김홍일 의원은 홍걸씨의 행동이 걱정되어 이런저런 조언을 했는데 홍걸씨가 견제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당사자들보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 분위기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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