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동 미사일 뜨자 막강 자위대 날다
  • 최승광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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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한 핵·미사일 빌미로 군사력 증강 박차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동아시아 지역 안보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은 최근 들어 첩보 위성을 쏘아 올리는 등 움직임이 눈에 띄게 부산해졌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서울에 와 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방위청 장관은 지난 3월30일 자국에 생중계된 일본 후지TV와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대북 선제 공격 가능성’까지 들먹여 주변국 당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북·일 관계는 지난해 9월 조·일 정상회담과 평양선언으로 교착 상태에 있던 수교 문제에 돌파구를 찾으며 해빙 분위기를 맞는 듯했다.
봄바람’도 잠깐, 북한과 일본은 그 직후 터져 나온 ‘일본인 납치 사건 문제’ ‘북한의 핵 개발 계획 시인 발언’이 잇달아 터지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월9일 <요미우리 신분>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사태에 대한 대응 방침’이라는 일본 정부의 내부 문건을 보도해 불 난 집에 부채질까지 했다. 당시 공개된 문건의 핵심에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일단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되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자위대의 ‘방위 출동’을 통한 무력 행동도 할 수도 있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일본의 선제공격론이 미국의 강경파 일각에서 새어나온 ‘원전과 같은 핵 시설에 대한 폭격’ 주장과 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탄도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라는 요구를 북한이 계속 무시하면 미사일 기지에 선제 공격을 감행한다’는 위험한 시나리오는 일본 평화 헌법의 자위권 해석과 관련해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던졌다.

일본 정부는 1956년 이래 다른 나라 군사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즉 적국의 군사 기지를 타격하는 것말고 본토 방위 수단이 없을 때에는 이를 자위권 발동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시바 장관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은 몇분 안에 일본 본토에 도달해 가공할 만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데 반해, 일본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를 방어할 적절한 수단이 없다. 따라서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 공격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한 술 더 떠, 평화 헌법의 취지가 가만히 앉아 공격을 기다리라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화하는 안보 위협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기존의 미·일 동맹 체제와 자위대의 역할 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실제로 근래의 북한 핵·미사일 위기로 안보 문제에 한층 호의적으로 변한 국내 여론을 등에 업고 단순한 억지력 이상의 힘을 갖추려 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세력 강화와 같은 동북아 안보 지형의 변화를 염두에 두면서 자국의 군사적 역량을 한층 더 강화·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에 ‘공동 연구’ 형태(연구 단계)로 참여하고 있다. 1조 엔(약 10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 실전 배치 계획을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바로 그 전 단계인 미사일 요격 실험(개발 단계)에는 이미 2004년부터 참가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를 위해 방위청은 예산 100억 엔(약 천억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일본 방위청은 또한 적의 군사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사정 거리 1천7백km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도 사들이려 하고 있으며, 공중 급유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공중 급유기가 일본에 도입되면 현재 항공자위대의 주력 전투기인 F15J의 전투 행동 반경(약 1천2백70km)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공중 급유기를 2005년까지 ‘신중기 방위력 정비 계획’에 따라 4기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은 최근 정찰 위성까지 쏘아 올렸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이를 빌미로 착수했던 정찰 위성 개발 계획이 지난 3월28일 자체 생산한 정찰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열매를 맺은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일련의 성공이 지금 당장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미사일방어 체제는 아직도 개발 실험중이고, 그것을 배치하는 문제에도 일본 정부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또한 자국의 정찰 위성이 북한의 의심스런 시설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실상과는 다르다. 제대로 된 위성 사진 판독 전문가 한 명을 키우는 데 10년이나 걸리는 현실에 비추어, 정찰 위성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군사력 강화 프로그램이 완성되기까지 당장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위협에 미국의 최신예 지대공 요격 미사일인 PAC3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방위청은 일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노동 미사일이 50기 이상 실전 배치되어 있으리라고 파악하고 있는데, PAC3이 배치되면 노동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고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 공격 발언과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군사 움직임을 허투루 볼 수는 없다. 미국은 1995년 ‘미·일 신 방위지침’을 결정한 이후 일본이 동아시아 역내에서 군사적 역할을 미국과 분담하고, 중국을 견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북한의 핵 개발이 ‘협상용이 아니라 실전용’이라는 쪽으로 생각을 바꾼 듯하다. 지난 2월 비공개로 열린 일본 집권당의 방위 관련 모임에서는 ‘북한이 진지하게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는 여러 증거가 있다’는 발언이 방위청 관계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같은 날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도 ‘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에 대해 한국과 함께 줄곧 반대 입장에 있던 일본이 이제 점점 미국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정책 수정 의지는 또한 이시바 장관의 ‘북한 미사일 기지 선제 공격’ 발언, 이지스함의 동해 전진 배치, 홋카이도에 집중되어 있던 육상 자위대 병력의 동해 방향으로의 이동 배치 등 최근 ‘구체적인 행동’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북한도 이에 밀릴세라 지난 2월24일과 3월 10일 동해 상에서, 그리고 지난 4월1일에는 서해에서 지대함(地對艦) 순항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그러나 한층 날카롭게 날이 선 쪽은 일본이다. 대포동 미사일 발사 때처럼 마냥 밀리지만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최근 일본의 군사 움직임 속에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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