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부는 인터넷 주식 거래 열풍
  • 도쿄·蔡明錫 편집위원 ()
  • 승인 1999.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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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수수료 내리자 투자가 급증…증권회사들, 서비스 늘리며 유치 경쟁
얼마전 미국 애틀랜타 시 증권가에서 12명이 살해된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컴퓨터로 주식을 거래하던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인터넷을 통해 하루에 수차례씩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로 밝혀졌다. 범인은 인터넷으로 주식 거래를 하다가 손실이 쌓이자 주변 사람들에게 무차별로 분풀이한 것이다.

미국에는 이 살인범처럼 본업을 때려치우고 인터넷 주식 거래에 매달려 생계를 이어가는 데이 트레이더가 5천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가정이나 직장에서 인터넷을 통해 증권 투자를 즐기는 데이 트레이더 예비군도 5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된다. 데이 트레이더의 주문량은 나스닥 시장 거래고의 15%가 될 만큼 거래가 활발하다.

‘데이 트레이더’ 급증

일본에서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한 사이버 주식 거래가 아직 전체 거래액의 2%에 불과하지만, 사이버 주식 거래로 생계를 이어가는 데이 트레이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의 증시 전문지가 소개한 자영업자 A씨는 주식 투자 경력이 9년째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주식 거래를 시작한 이후 비로소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집에 전화 3대와 컴퓨터 2대, 휴대 전화를 설치해 놓고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을 지켜보면서 온라인을 통해 매매 주문을 낸다. 증권회사에 전화를 걸거나 증권회사 영업 사원을 만날 경우, 자칫하면 자신의 판단이 흔들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A씨의 초기 투자 자금은 4백만 엔. 한때 절반을 날린 적도 있지만 작년에는 6천만 엔, 금년에는 4개월 만에 6천만 엔을 벌었다. 조그만 가게를 경영하는 A씨가 본업에서 6천만 엔을 벌려면 적어도 2억 엔 이상 매출을 올려야 하니, A씨는 본업과 부업이 뒤바뀐 셈이다.

일본의 증시 전문지가 소개한 또 다른 사례. 50대 B씨는 2년 전 경영하던 컴퓨터 관련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데이 트레이더로 전업했다. B씨의 하루 일과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국내외 증권 시장과 외환 시장을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식 시장이 열리는 시간대에는 모든 일을 제쳐 놓고 컴퓨터 화면에만 매달린다.

B씨의 1회 매매 금액은 평균 백만 엔 정도. 한달 간의 매매 횟수는 20여 차례에 이른다. 투자한 주식의 보유 기간은 평균 2주 정도다. B씨는 2년 전만 해도 주식 투자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컴퓨터 조작을 잘해 그런대로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일본에서 이같이 사이버 증권 투자와 데이 트레이더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보급된 데 그 원인이 있지만, 10월1일 단행된 주식 매매 위탁 수수료 자유화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증권회사들은 이 자유화 조처에 따라 10월1일부터 종전의 주식 매매 위탁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 예컨대 일본에서 가장 큰 증권회사인 노무라 증권은 주식 매매 대금이 백만 엔일 경우 위탁 수수료를 1만1천9백 엔으로 인하했다. 경쟁 사인 다이와 증권과 닛코 증권은 이보다 낮은 1만1천5백 엔으로 책정했다.

인터넷 주식 거래 업무를 취급하는 증권회사들의 위탁 수수료도 대폭 인하되었다. 노무라 증권이 백만 엔 거래에 9천2백 엔을 받겠다고 선언한 반면, 소니의 계열 회사인 마넥스 증권은 단돈 천 엔이면 족하다고 선언했다. 외국 자본과 제휴해 지난 6월 개업한 DLJ디렉트SFG 증권은 2천만 엔을 거래할 경우 수수료를 최고 98%까지 할인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의 증권 전문가들은 10월1일부터 단행된 주식 매매 위탁 수수료 자유화를 증권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10월 혁명’이라고 부른다. 증권회사 주수입원인 매매 수수료가 자유화됨에 따라, 경쟁력이 없는 증권회사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머지 않아 증권회사 수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여기에 외국 증권회사와, 외국 자본과 제휴한 새로운 증권회사들이 대거 증권업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위기감 때문에 증권회사들의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이버 증권 업무 서비스 확대이다.

일본에서 인터넷 증권 거래가 시작된 것은 3년 전. 현재는 30여 증권회사가 인터넷 증권 거래를 취급할 만큼 성장했다. 대형 증권회사인 노무라·다이와 증권이 각각 5만 계좌, 마쓰이 증권이 1만3천 계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증권사, 한 달 거래 수수료 1억 엔 넘어

다이와 종합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사이버 증권 투자 고객의 한달 평균 거래 횟수는 1∼2회다. 평균 거래 금액은 50만∼백만 엔이다. 그런데도 세 증권회사는 하루 인터넷 거래 건수가 천 건이 넘는다고 대답했다. 하루에 수차례 거래를 반복하는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두 증권회사가 인터넷 거래를 통해 들어오는 한 달 매매 수수료가 1억 엔이 넘는다고 대답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와, 개인 투자가가 3년 연속 증가해 2천8백만명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일본 증권회사들이 인터넷 증권 투자가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컨대 마넥스 증권은 고객이 어떤 정보와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려고, 고객 중 20명을 어드바이저로 선정해 세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모든 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져 얼굴을 볼 수 없는 고객의 육성을 직접 청취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HIS 교리쓰 증권은 여행회사를 운영하는 회사의 협력으로 9월 말까지 인터넷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게 5천 엔어치 여행권을 선물했다. 닛코 빈즈와 오릭스 증권은 매매 횟수에 따라 점수를 가산해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마일리지 방식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증권 업무를 취급하는 증권회사들의 서비스가 확대된다는 것은 사이버 증권 투자가들에게는 반가운 뉴스다. 그러나 어떤 증권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가에 따라 매매의 승패가 엇갈릴 수도 있다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초보 사이버 증권 투자가들에게는 증권회사 선택이 중요한 관건이다.

일본의 증권 전문가들은 매매 집행 능력, 사용의 편리성, 신뢰성, 주변 설비, 수수료, 취급 상품, 장래 전망 등을 고려해 자신의 거래 취향에 맞는 증권회사를 선택하라고 권한다. 예컨대 매매 집행 능력을 체크하려면 반대 매매가 즉시 가능한가, 주문을 변경하거나 취소하기가 쉬운가를 조사해 본다.

사용의 편리성에서는 실시간으로 주가를 표시하는가, 거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해 주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가를 체크해 본다. 그밖에 증권회사에 문의한 전자 우편이 언제 도착하는가, 투자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가, 더 간편한 서비스를 개발 중인가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미국 증권관리협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데이 트레이더의 70% 가량이 손실을 내고 있으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11.5%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컴퓨터 조작에 능숙하다거나 증권 투자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서 모두가 사이버 증권 투자에서 이익을 낸다는 보장은 없다.

일본의 전문지가 소개한 앞서의 A씨는 자기 힘으로 주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종목 수가 많아야 20개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에서 배웠다. 그리고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의 물타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과, 주가가 10% 정도 하락하기 이전에 반드시 보유 주식을 처분한다는 것도 그동안의 실전에서 익힌 철칙이다.

B씨도 처음에는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승률’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거래에서 이익을 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3승 2패’ 정도로 승률을 정하자 비로소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인터넷 거래에서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사이버 증권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사이버 투자 초보자들은 애틀랜타 시의 무차별 살인마처럼 자신의 손실을 주변의 탓으로 돌리기 쉽다. 그러기 전에 자신의 투자 철칙이 바른가를 확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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