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곳짓덩이 '살인 테러단'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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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IRA 등 전세계에서 30여 개 활동…민족·종교·이념 앞세워 평화 파괴
불특정 다수 노리는 테러 늘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갑부인 그는 반미 회교 저항 운동을 주도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부호 가문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 회교 단체에서 활동했으며 졸업 후에는 상속받은 건설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프가니스탄으로 건너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항의하는 회교 저항 운동을 주도해 단번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그는 사우디로 귀국했다. 그러나 94년 이집트·알제리·예멘에서 발생한 테러 배후 인물로 지목되어 사우디 당국에 여권을 압수당하고 떠돌다가, 지금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명‘자칼’로 유명한 테러리스트 카를로스는 일대기가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베네수엘라 태생인 그는 64년부터 20여 년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검은 9월단과 일본 적군파에서 활동했으며, 72년 뮌헨 올림픽 때의 이스라엘 육상 선수 살해 사건, 75년 석유 수출국 기구(OPEC) 각료 11명 납치 사건을 저질렀다. 94년 8월 수단에서 붙잡혀 프랑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테러의 위협이 커질수록 이에 맞서는 각국의 노력도 끈질기게 전개되어 왔다. 특히 미국·프랑스·이스라엘의 대테러 활동이 눈부시다. 미국의 반테러 활동은 미국 연방수사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가 관장하는 국가정찰처(NRO)도 반테러 활동의 핵심 기관이다.

프랑스의 국립 헌병 진압 부대(GIGN)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테러 진압 부대로 꼽힌다. GIGN은 프랑스 국내는 물론 우방에서 벌어지는 테러 진압과 인질 구출 작전을 전담하고 있다. GIGN은 특히 94년 12월26일 알제리의 ‘이슬람 무장 그룹’(GIA)이 납치한 에어 프랑스 소속 여객기 안으로 잠입해 테러를 진압함으로써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최근 잇단 참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각국 정부의 노력은 별 효과가 없는 듯하다. 60년대 말부터 시작된 테러는 적어도 80년대 말까지는 뚜렷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극좌파나 소수 테러리스트가 저지르는 범죄였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테러 사건들은 분명한 원인이 없는 경우가 많다. 불특정 다수에게 고성능 폭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명 피해도 수천명 규모이다. 자살 특공조가 폭탄을 터뜨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테러를 저지른 주체를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때문에 범인을 잡기가 그만큼 힘들고, 기껏해야 짐작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지구촌에서 테러가 그치지 않고 있다. 8월 들어서만도 폭탄 테러 3건이 일어나 수천 명이 죽거나 다쳤다. 8월20일에는 알제리 엘-켈미스 시의 한 광장에서 폭탄 1개가 폭발해 13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8월15일에는 북아일랜드 오마 시에서 차량 폭탄 테러 사건이 일어나, 28명이 사망하고 2백2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가장 큰 사고는 8월7일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이다. 사상자가 무려 5천1백명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이 사건은 미국의 보복 폭격까지 불러들였다. 미국은 8월21일 오전 2시30분(한국 시각) 홍해와 걸프 만의 미군 함정을 동원해, 미국대사관 테러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41)의 주요 거점인 아프가니스탄 내 6개 기지와 수단의 화학무기 공장을 폭격했다. 공격 직후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미국대사관 폭탄 테러에 대한 보복일 뿐만 아니라, 미국인에 대한 테러 공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통해 자금 모으고 주의·주장 전파

그렇다면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는 조직은 전세계에 얼마나 있을까? 미국은 97년 10월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국제 테러 단체 30개를 발표한 적이 있다. 팔레스타인 단체인 하마스·아부디날·헤즈볼라·PFL, 유태인 조직인 주이시카치·카헤인 차이, 일본의 옴 진리교·적군파,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주, 쿠르드족 해방 단체인 PKK, 페루 인질 사태를 벌였던 투팍 아마르 등이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에 자살 테러 등으로 맞서는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대표적이다. 둘 다 이슬람 근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활동 무대와 목표는 다르다. 하마스(이슬람 저항운동)는 87년 이슬람 동포단의 팔레스타인 지부를 모태로 하여 결성된 테러 조직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점령지인 요르단 강 서안에서 활동하며, 팔레스타인에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헤즈볼라(신의 당)는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과격 조직이다. 이 단체는 조직원이 수천 명에 이른다. 반서방·반이스라엘 노선이며,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즈볼라는 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 뒤부터 본격적인 반미 테러에 나섰다. 83년 10월 베이루트 미국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와 85년 TWA기 납치 사건이 이들의 소행이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유럽에서도 민족운동·종교·이념과 관련한 테러 집단이 활동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 테러 집단은 아일랜드 공화군(IRA), 붉은 여단(BR),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 등이다. 아일랜드공화군은 영국으로부터 북아일랜드 독립을 요구하는 신페인당의 무장 조직이다. 이번 북아일랜드 테러 사건에도 그들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붉은 여단은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기초해 무장 혁명을 꿈꾸는 이탈리아의 테러 집단이다. 69년 창설되어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를 납치 암살해 왔으나 최근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다. ETA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자치주 독립을 주장하는 민족주의 무장 테러 단체이다.

분쟁이 그치지 않는 아시아에서도 테러 단체가 반군의 하부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타밀엘람 해방 호랑이’(LTTE)가 유명하다. 이 조직은 스리랑카 타밀 족의 분리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무장 테러 조직이다. 76년 결성되었고 현재 스리랑카 북동부 지역을 근거지로 삼고 전사 만명을 거느리고 있다. 이 조직은 자체 경찰력에 교도소까지 갖추었다. 로켓 발사기·야포·탱크·해군력도 있다.

남미의 테러 조직들은 안데스 산맥이라는 험난한 지형을 무대로 수천 명씩 되는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대부분은 좌익 이념을 신봉하며, 정부군과 교전은 물론 제국주의 타도를 기치로 내걸고 미국의 정부 시설이나 기업을 무차별 공격한다. 미국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97년 한 해에 일어난 테러는 지역 별로는 라틴 아메리카가 97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건 유형을 보면 폭탄 테러가 80% 넘게 차지했다.

이같은 테러 집단도 90년대에 접어들어 의미 있는 변화를 겪고 있다. 조직 운영 방법이 바뀐 것이다. 우선 자신들의 주의·주장을 널리 알리거나 운영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인터넷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있다. 페루의 반군 단체인 ‘센데레 루미노’(빛나는 길)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선전·사보타지·교전·선별적 섬멸 같은 4단계 투쟁 형태를 소개하고, 기금도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 모으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과격 테러 단체인 헤즈볼라도 그들의 저작물을 인터넷을 통해 팔고 있다.

테러 집단을 도와주는 조직도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국제 범죄 조직들이 테러 집단들을 돕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국제 범죄 조직은 △러시아 범죄단 △남미 마약 카르텔 △아시아 범죄 조직(삼합회·야쿠자) △이탈리아 마피아 △나이지리아 갱단 △미국 모터 사이클 갱단 △카리브 돈세탁 센터 등 크게 7개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테러 집단에 자금을 대고 테러·살인 기술을 전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활동 주모자 가운데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이가 이번 미국대사관 테러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다. 그는 신출 귀몰한 활동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공개적인 협박을 일삼아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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