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포 영화 <스크림>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1999.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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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크레이븐 감독 <스크림>/‘공포의 규칙’ 조롱
10대들의 잔혹한 살인 행각을 다루었다는 이유로 수입 심의에서 여러 차례 반려되었던 공포 영화 <스크림>이 무삭제로 개봉된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각본을 쓴 케빈 윌리엄슨과, 공포 영화의 고전 <나이트 메어>(84년)로 명성을 얻은 웨스 크레이븐의 합작품이다. 72년 데뷔해 공포 영화를 16편이나 만든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이 작품에서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데 골몰하지 않는다. 그는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등장 인물을 의심하도록 정교한 장치를 만든 뒤, 관객에게 공포 영화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해 게임을 즐기라고 말한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공포 영화’

여주인공 시드니(니브 켐벨)는 친구 케이시가 그의 남자 친구와 함께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해 한다. 바로 1년 전 자신의 어머니가 강간당한 뒤 무참히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마을은 불안에 휩싸이고 마침내 시드니도 살인마의 협박 전화에 시달리게 된다.

<스크림>의 ‘명물’은 기존 공포 영화의 규칙을 조롱하는 신랄한 대사들이다. 관객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만큼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등장 인물들도 그 규칙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공포 영화란 멍청한 살인자가 가슴 큰 여자들을 뒤쫓는 뻔한 얘기다”라고 비웃고 “날 죽이지 마세요. 속편에 나오고 싶거든요”라고 사정한다. 심지어 살인마조차도 “넌 공포 영화도 안 보니? ‘곧 돌아올께’라는 말은 하지 마”라고 충고한다.

미국의 영화 평론가 로빈 우드는, 80년대 공포 영화가 60∼70년대에 성적으로 리버럴해진 젊은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보수적인 함의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웨스 크레이븐은 ‘10대 공포 영화는 그들이 갖고 있는 금기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낸 이야기’라는 견해를 갖고 있지만 기존 규칙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순결한 처녀만이 살인마와 대적할 수 있다는 설정이 80년대식 규칙이라면, <스크림>에서 이러한 규칙은 조롱을 당한다. 예컨대 공포 영화광인 랜디는 자신이 숫총각이므로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스크림>은 그의 영화 지식을 뛰어 넘는다. 반면 뒤늦게 첫 섹스를 한 여주인공 시드니는 보란 듯이 끝까지 살아 남는다.

이런 파격을 두고 10대가 <스크림>에 열광하는 것은 기성 세대의 훈계와 꾸짖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서 96년 12월 개봉한 <스크림>은, 10대들의 열광적인 호응에 힘입어 27주 동안 박스 오피스 20위 안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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