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프라]문화 산업의 '고속도로' 개통
  • 李文宰 기자 ()
  • 승인 1997.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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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파주 출판 도시에 건립 예정…한국 문화의 전진 기지 구실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향한 두 문화 인프라가 조감도를 내놓았다. 경기도 파주 출판문화산업정보단지(출판도시) 안에 들어서는 아시아출판문화 정보센터(가칭·아시아센터)와, 강원도 원주시에 건립되는 토지문화관(아래 상자 기사 참조). 최근 기본 계획을 발표한 아시아센터와 이제 막 첫 삽을 뜬 토지문화관은 단순한 문화 공간이 아니다. 21세기 통일 민족 국가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를 주체적으로 호흡하는 문화 인프라(사회간접자본)이다.

두 문화 인프라는 중앙(서울)이 아니라 파주와 원주라는 지역에서 통일과 세계화 시대를 겨냥하고 있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20세기가 중심에 대한 구심력, 즉 집중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원심력, 다시 말해 확산의 시대이다. 확산의 시대는 절대적 중심보다는 생태주의에 바탕을 둔 ‘다양한 중심’의 시대이다. 파주 아시아센터와 원주 토지문화관은 그 다양한 중심의 구체적 모델이다.

외래 문화를 일방으로 받아들이는 수신자의 시대에서, 세계를 향해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발신자 시대로 가는 분기점이 될 이 두 문화 시설은 그 추진 과정에서도 보기 좋은 전례로 기록되고 있다. 민간(출판 도시는 사업협동조합, 토지문화관은 박경리씨 등)이 주도하고, 토지개발공사를 비롯한 관계 당국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94년 8월15일 박경리씨가 <토지>를 완성했을 때 소설가 조세희씨는 ‘<토지> 는 중화학 공장 수백 개 지은 것보다 더 값진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아시아센터에 대한 출판인들의 기대와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파주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에서 문화시설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언호씨(한길사 대표)는 “출판 도시가 문화사 차원에서 울산공단이나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맞먹는다”라고 말했다.

컴퓨터·광고·만화 등 아우를 종합 문화 도시

아시아센터는 파주 출판 도시의 중추 시설일 뿐만 아니라 출판 도시의 랜드마크이다. 지난 3월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출판 도시는, 89년 9월 기획된 이래 91년 사업협동조합을 만들고, 94년 7월 대통령 지시에 따라 문화체육부가 세부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화했다.

95년 10월 파주 현지에서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명명식을 가진 출판 도시는 앞으로 건교부로부터 실시 계획 승인을 받고 올 하반기에 착공해 99년 1단계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출판 문화를 중심으로 컴퓨터·애니메이션·광고·만화·디자인·영상·패션에 이르기까지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을 아우르는 출판 도시는 산업 단지에서 그치지 않는다. 출판 도시는 국민적인 문화 교육 현장으로 기능하는 한편 한국 문화를 통합하고 정리해 축적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하는 마당, 즉 세계적인 문화 관광 명소를 지향한다. 출판 도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문화 계획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 출판 도시의 상징이 바로 아시아센터이다.

아시아센터는 한국 문화의 세계화와 함께 남북한 문화를 통합하고 동시에 한국의 문화 자산을 산업화하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2001년 개관 예정인 아시아센터는 크게 세 장(場)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먼저 전시장·컨벤션 센터·출판문화 박물관으로 엮이는 문화 전시의 장(場). 둘째는, 전문 도서관·전산 센터·번역 센터 등으로 구성되는 문화 정보의 장. 셋째로, 연구소·연수원·숙박 시설 등을 포함하는 문화 교육의 장이 들어간다. 아시아센터 부지 5천4백52평은, 출판 도시 전체 부지가 그러했듯이 조합원이 부담하고 설계 및 건설 비용(2백50억원)은 국고에서 나가게 된다.

출판 도시의 한가운데에는 한강과 평행으로 나있는 수로와 호수 그리고 습지가 있는데, 출판 도시와 아시아센터는 이 자연 조건을 적극 수용할 참이다.

한강·호수·습지 적극 수용 예정

아시아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김 원씨(광장 대표)는 ‘일부러 구하려 해도 구하기 어려운 천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출판 도시 속의 출판 도시인 아시아센터는 환경 친화적인 생태 공원의 면모까지 갖추는 것이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출판 도시 사업협동조합(이사장 이기웅)이 펴내는 <출판도시 뉴스>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21세기는‘풍부한 상상력에 기초한 통찰력 있는 창조적 전문가 집단(풀)이 가장 중요한 국가 자산이 되는 시대’라는 하버드 대학 로버트 라이시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출판정보산업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총리의 전망과 현실 사이에는 간격이 있어 보인다. 최근 아시아센터 건립을 지지하는 문화 예술 관련 단체장들이 건의서를 제출했는데, 아시아센터가 갖고 있는 국내외적 의미에 견주어 국고 지원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건의서는 현재 문체부 예산으로 편성되고 있는 아시아센터 건립 비용을 재경원 예산으로 편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체 예산의 0.5%에도 못미치는 데다가 월드컵에 치중해야 하는 문체부의 예산으로는 아시아센터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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