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책] 문화 예산, 말도 많고 줄줄 새고…
  • 노순동 기자 (soon@e-sisa.co.kr)
  • 승인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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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문 등 '시대착오적 기획'에 낭비…
영화계 지원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


ⓒ그림 김원선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문화관광부 예산은 전체 예산의 1%를 넘어섰다. 하지만 돈의 씀씀이를 들여다본 결과 실속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2001년 문화관광부 예산을 분석한 '문화 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문화연대)는 아예 내년부터는 감시단을 상설할 계획이다. 문화연대 류승준 정책실장은 "문화관광부 예산이 1%를 넘어서면 뭐하나. 운용할 틀을 새로 짜지 않아 엉뚱한 곳으로 새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91쪽 상자 기사 참조).

'천년의 문'은 대표적인 실책 사업이다. 천년의문은 대통령 직속 특별 기구였던 새천년위원회가 내놓은 사업 계획안 가운데 하나로 1백20년에 걸쳐 짓기로 한 열두 대문의 첫번째 문이다. 지난해 10월 예산 감시 운동을 펴온 함께하는시민행동으로부터 '밑 빠진 독' 상을 받았다.


'밑 빠진 독' 상 받고도 사업은 착착 진행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공모를 통해 모델을 확정했으며, 바람에 대비한 안전도 실험인 풍동 실험까지 마쳤다. 지난해 국고 지원은 총 71억원. 올해도 35억원이 책정되어 있다. (재)천년의문이 추산한 바로는 공사 비용이 4백50억원. 운영 자금까지 합치면 5백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국고 지원 2백억원, 성금 모금 3백억원으로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기업들이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재단측 기대와 달리 천년의문 기획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그리 두텁지 않기 때문이다.

재단측도 이런 정황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천년의문 이사회 회의록. 한 참석자가 "일본 관광객이 많이 오니 그들에게도 성금을 걷을 방법을 강구하자"라는 안을 내놓았다. 다른 참석자는 국가의 상징물이 될 건축물에 일본인의 성금을 받는 것은 국민 정서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론을 폈다. 1인당 2천원으로 정해진 성금 액수에 대한 토론도 속사정을 짐작케 한다. 2천원씩 걷어 보았자 모금에 필요한 경비도 충당하기 어렵다며 한 참석자가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결국 회의는 '문화관광부에 지원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자'는 이사장의 발언으로 마무리되었다.

민간 기금이지만 문화계 공공기금 구실을 톡톡히 해온 문예진흥기금도 감시 대상에 올라 있다. 아직까지 직접 지원 대상인 8개 부문 가운데 바깥으로 시비가 불거진 것은 없다. 하지만 지원하는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적인 지원책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다. 예산 대부분을 문예진흥기금에서 충당하는 영화진흥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영화진흥공사 후신인 영화진흥위원회는 첫 민간 진흥 기구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1999년 5월 출범한 후 1년 동안 위원장이 두 번 바뀌었으며, 현임 유길촌 위원장도 두 번이나 사표를 냈다가 반려되었다.

최근 사표 파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극영화 제작 지원을 둘러싼 시비였다. 중견 영화 감독인 정진우씨가 심사에 문제가 있다며 영화인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부 감사를 벌인 결과 '문제 있다'는 의견서가 제출되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기존 심사를 무효로 하자는 의견과, 그렇게 할 경우 위법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자 접점을 찾지 못한 위원장이 사표를 던진 것이다. 얼핏 심사 시비에 그칠 사안이 파국으로 치달은 데는 이 사건이 신구 갈등이라는 화약고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로 영화인들은 '젊은 영화인끼리 다 해먹는다'는 피해 의식을 지녀온 터였다.

극영화 제작 지원은, 영화진흥위원회가 펼치고 있는 11개 진흥 사업 가운데 가장 덩지가 크다. 총제작비의 50% 한도 안에서 5억원까지 차등 지원할 수 있으며, 개봉 후 이익이 나지 않을 경우 갚지 않아도 된다. 판권이나 물권을 담보로 한 융자, 이윤을 배분해야 하는 투자보다 훨씬 전폭적인 지원인 만큼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지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4편, 총 61억원이 지원되었다.

논란은 3차 대상작을 고르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심사위원 7인 가운데 6인만 참석했고, 점수제로 하게 되어 있는 심사를 특정 작품에 표를 던지는 기표제로 진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주고 싶은 작품에 주기 위한 편법이라는 혐의가 제기된 것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출석한 심사위원들이 전원 기표제에 동의했고, 점수제로 할 때도 점수 차가 크지 않은 경우 결국은 표를 통해 결정한다"라고 해명했지만, 감사 결과는 '문제 있다'는 것이었다.


영화계 갈등 '양로원'에 줄까, '장사 밑천'에 쓸까


현재 영화계의 갈등은 늘어난 돈을 '양로원'에 쓸 것인가 '장사 밑천'으로 삼을 것인가로 요약된다. 한 영화 평론가는 지원 제도가 신구 영화인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을 두고 지원 원칙이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에 돈이 넘치는데 굳이 공적 성격을 지닌 자금을 시장 부양에 쏟아부을 필요가 있느냐. 상업 영화에 이렇게 전폭적인 지원을 퍼붓는 곳은 없다"라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도 그런 요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총무부 김영섭 과장은 "독립 영화에는 전액을 지원해도 액수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은 산업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상업 영화에 대한 지원 폭을 크게 잡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독립 영화 부문은 총제작비의 50% 미만, 2천만원 이내로 정해져 있을 뿐이며, 기타 지원은 총 70여 건, 20억원으로 '소액 다건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영화의 미래를 생각하는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필요성을 절감하는 종합 영상 자료관인 미디어센터의 경우 예산이 잡히지 않아 논의만 무성할 뿐이다.

위원장이 복귀했지만 갈등은 아직 수습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이 어떤 변화를 끌어낼지, 촌극으로 끝날지는 3월 중순 발표될 올해 지원 계획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스 오피스(10월13∼14일)(단위 : 명)













































































순위 작품 이름 개봉일 서울 주말 전국 누계
1 조폭 마누라 9월28일 117,300 3,303,600
2 킬러들의 수다 10월12일 112,700 394,100
3 오리지날 씬 10월12일 21,900 62,100
4 봄날은 간다 9월28일 21,500 691,600
5 금발이 너무해 10월13일 16,300 26,100
6 러시아워2
8,100 732,500
7 고양이를 부탁해 10월13일 7,600 15,200
8 무사 9월7일 6,200 2,010,000
9 프린세스 다이어리 9월28일 5,900 238,000
10 나비 10월13일 2,300 3,800

(사)영화인회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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