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물>
  • 노순동 기자 (soon@e-sisa.co.kr)
  • 승인 200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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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아내를 위한 삼류 개그맨 남편의 웃음

사진설명 눈물 흘리거나 화 나거나 : 예쁘고 고운 이야기지만 기본 구조에 의문을 품으면 '참아내기 힘든' 영화다.

제목 <선물>은 죽어가는 아내를 위한 선물의 줄임말이다. 개그맨의 아내 역을 맡은 이영애는 복고풍 멜로 영화의 주인공답지 않게 짧은 커트 머리와 모던한 차림새로 영화에 세련미를 더하고, 그저 잘 생긴 배우였던 이정재는 삼류 개그맨의 애환을 그럴듯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미덕은 거기까지다.

용기(이정재)와 정연(이영애)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지만 첫 아이를 잃은 후 좀체 제 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연은 코미디 프로의 바람잡이로 전전하는 용기를 노골적으로 비웃는다. 그녀가 매몰찬 데는 딴 이유가 있다.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아 눈을 감기 전에 남편 용기가 제자리를 찾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선물>은 예쁘고 고운 이야기이지만, 기본 구조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 참아내기 힘든 영화다. 시부모가 찾아와서 함께 가는 곳이 왜 병원이 아니라 사진관인지, 또 그 사건이 왜 그렇게 정연을 감격시키는 것인지. 심장 마사지를 받아야 할 정도로 사경을 헤매던 정연이 다음 날 아침 해사한 얼굴로 찌개를 끓이는 것도 요령부득이다. 급기야 남편의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보며, 바로 그 객석에서 숨을 거둔다. '눈물을 흘리거나 화가 나거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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