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석호 서울대 도서관장 인터뷰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성 높이기 꿈도 못 꾼다"


서울대 도서관은 대학뿐만 아니라 한국 도서관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이석호 관장(컴퓨터공학부)을 만나 서울대 도서관이 당면한 과제들을 물어보았다.




서울대 도서관이 해외의 유명 대학 도서관과 비교해 갈수록 수준차가 벌어지고 있다는데…


심각하다. 도서 구입비는 외국 명문 대학 수준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다. 장서 수로도 미국 하버드 대학, 일본 도쿄 대학은 물론, 중국 베이징 대학과 비교해 절반에 못 미친다.


장서 구입 상황이 나빠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재원 부족이 가장 크다. IMF 이후 국고 지원이 감소하고 책값은 뛰었다. 책값은 매년 8% 이상 뛴다. 예산이 매년 8% 정도 늘어나야 그나마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데, 현재의 예산 증가율은 책값 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도 문제가 많다는데…


시설·인력·전문성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특히 전문성 제고 문제는 심각하다. 미국 에서는 매년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서급 전문 인력의 15%를 교체한다는데, 국내 현실에서는 꿈도 꾸지 못한다.


관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재래식 도서관에서 면모를 일신해 명실상부 학술정보센터로 발돋움하려는 것이었다. 현재 기반 구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BK21 자금 47억원을 투자해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이 도서관 발전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방법이 있는가?


도서관 발전은 궁극적으로는 예산에 달려 있다. 하지만 부족한 돈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 예산 절감을 위해 외국 학술지 사용 빈도를 모두 조사해 활용되지 않는 것은 잘라낼 계획을 갖고 있다. 결국 대학이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각자의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SF로 예술 하려는 미완의 야심-김영진



<예스터데이>는 SF 누아르 장르에 대한 야심과 오해의 산물이다. 누아르 스타일의 시각적 일관성은 인상적이지만 그것은 스릴러적인 구성과 스펙터클한 총격전과 시종일관 충돌한다. <예스터데이>는 누아르와 공상과학 영화의 볼거리와 스릴러와 서스펜스와 스펙터클의 요구를 혼란스럽게 짜맞춘다.


김승우가 연기하는 특수수사대 팀장 석의 존재감은 이 혼란을 지탱하는 축이다. 그는 아들의 죽음으로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연쇄 살인범이 된 골리앗(최민수)을 잡는 데 삶의 목표를 걸고 있다. 냉동실에 보존된 아들의 육체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그는 은근히 매달린다. 세포를 변형하고 죽이고 살려내는 유전공학은 석이 외면할 수 없는 희망이다. 동시에 그것은 석과 골리앗, 골리앗이 죽인 경찰청장의 수양딸 희수가 함께 얽혀 있는 과거의 무서운 비밀을 밝히는 영화의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그러나 석과 골리앗의 원한 관계를 설정하는 첫 장면부터 이 영화는 관객에게 명확한 정보를 주는 데 실패한다. 뭐가 뭔지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골리앗 체포 작전과 총격전이 펼쳐지고 납치된 석의 어린 아들은 어이없게도 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는다. 선과 악의 대립 축을 세우는 주인공과 악인의 대결 구도가 희미해진 플롯은 등장 인물의 과거에 얽힌 유전자 조작의 비밀에 할애하는 것으로 메워진다.


모두 포커페이스인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은 목적을 상실한 폭력이 무조건적인 편리를 좇는 과학 문명의 수단으로 전락한 세계의 희생자들이다. 영화 속 배경인 2020년의 한반도는 통일되어 있지만 지금보다 훨씬 혼란스러운 다인종 국가가 되었다. 중국인들의 자치구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베트남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주먹다짐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런 스펙터클의 쾌감은 이야기의 복선을 감추려는 욕심에 휘둘린다. 누아르 스타일의 혼란스런 정서가 화면에 그대로 드러난다. 어수선한 연출 호흡은 관객과 등장 인물 사이에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는 심리적 거리를 만들어낸다.


<예스터데이>는 테크놀로지의 진보 사이클에서 되풀이되는 인간의 비극은 순환적인 것이라는 상식적인 역설을 꽤 복잡한 방식으로 푼다. 거꾸로, 그 모든 결함은 이 영화의 데뷔작다운 결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블록버스터를 일관된 시각 스타일로 비극에 도달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예스터데이>는 쉽게 폄하하기가 망설여지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만용은 현재 한국 SF영화가 매뉴얼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며, 동시에 순진한 야심의 증거라 할 수 있다.





볼거리 풍성
독창성 빈약-심영섭



<예스터데이>는 카피우드(copy-wood·할리우드 흉내내기)의 연장선상에서 매혹적인 시각적 주술을 건넨다.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의 마천루 사이로 거대한 뉴스 광고탑이 떠다니고, 슬럼 지구를 묘사한 화면은 무국적의 이미지들로 콜라주되어 있다. 또한 카드형 인터넷 폰이라든가 무선 데이터 전송기, 시체의 치아를 스캐닝하는 기계들은 이제 우리 SF 영화도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신케 한다.


가공할 살인 유전자를 지닌 골리앗과, 골리앗으로 인해 아들을 잃은 특수수사대의 석, 경찰청장의 딸이자 범죄심리 분석관인 희수는 묘한 연대감으로 묶여 있다. 석과 희수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두통·기억력 상실은 결국 그들이 뿌리가 뽑힌 복제 인간 혹은 정체성 상실에 시달리고 있는 가까운 미래의 인간형임을 암암리에 알려 준다.


<예스터데이>에 대한 리뷰들은 한결같이 줄거리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면 골리앗(최민수)이 너무 늦은 지점에서 나타나 이야기가 지향하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반감된다든가, 석과 희수의 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의견 등등. 그러나 과연 그것이 문제일까? 정윤수 감독이 진정 원했던 것은 단지 잘 만든 SF영화가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일찍이 오시이 마모루가 그러했듯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내려는 야심 찬 창조주의 욕망이 이 영화에 배어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예스터데이>는 스케일이 방대하고 욕심이 많다.


다채로운 몽환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예스터데이>는 ‘오리지낼러티’가 결여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감독이 승부를 걸었던 <예스터데이> 안에 숨겨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