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낯 뜨거운 '한국 최고' 서울대 도서관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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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운영·인력 등 총체적 부실,

'대학 서자'로 전락…책 구입 예산은 세계 105위


대학가에 한 학기 강의가 끝나고 방학 기간이 한창 때로 접어든 지난 7월12일. 몇 년 전 같으면 농활이다 귀향이다 해서 학생들이 제각각 흩어지고, 날씨마저 무더워져 도서관이 텅텅 비어 있을 때이다.


하지만 이 날 서울대 중앙도서관 본관 안팎은 공부하러 나온 학생들로 학기중이나 다름없이 붐볐다. 도서관 로비에 검색용으로 마련된 100대가 넘는 컴퓨터는 연신 바뀌는 '주인'에게 정보를 서비스하느라 쉴 새 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전체 좌석 규모 4천 석에 이르는 이 도서관 열람실들은 이미 개관 무렵 만원이 되어, 뒤늦게 도서관에 나온 학생들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정적이 감도는 열람실 분위기도 사뭇 긴장감을 더해준다. 간혹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자는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눈에 불을 켜고' 책을 들여다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 도서관에서 16년간 근속한 직원 김장원씨는 "예전에는 열람실에 아무리 자리가 많이 차도 출입문이나 화장실 근처는 비어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달라졌다. 학기중은 물론 방학 때에도 문을 열기 무섭게 학생들이 들이닥쳐 빈자리라고는 찾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2001년 7월 현재 장서 2백2만9천58권으로 국내 대학 도서관으로는 단연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서울대 중앙도서관(서울대 도서관). 겉으로만 보면 이 도서관은 국내 최고 도서관답게 활기차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열람실은 꽉꽉 들어차고,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며, 직원들도 더 바빠졌다.


이같은 양상은 특히 지난해 3월 서울대 도서관측이 운영 규정을 뜯어고쳐 개관 일수와 개관 시간을 늘리면서 한층 더 강화되었다. 이 도서관은 몇몇 명절 때를 제외하고서는 연중 내내 문을 연다. 개관 시간도 평일의 경우 종전 오전 9시부터 밤 7시30분까지에서, 규정이 바뀐 이후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로 2시간30분이 늘었다. 국내 도서관 중에서 가장 긴 시간이다. 도서 대출 시간도 개관 시간에 덩달아 늘어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책을 빌려 볼 수 있다.


학생·교수·직원 모두 '아우성'




시설은 첨단 : 도서관 정보화에 따라 도서를 검색하기가 편리해졌지만(오른쪽), 도서관 관리 인력이 모자라 업무가 폭주하고 있다(맨 오른쪽).


겉모습도 한층 명랑하고 쾌적해졌다. 서울대 도서관측은 최근 몇 년 동안 실내 분위기를 좀더 밝고 쾌적하게 만드는 일에 공을 들여 왔다. 도서관 전체를 금연 건물로 지정한 것은 이미 1999년 12월의 일. 열람실 창문과 유리를 새것으로 교체하는가 하면, 책상은 물론 천장재·조명등·바닥재 따위를 새로 바꾸는 보수 공사도 지난해부터 벌이기 시작했다. 도서관 본관 로비에서 도서관 이용자를 맞는 사람들도 경비에서 도우미로 교체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열람실은 고시나 각종 취직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차지가 된 지 오래여서 일반 학생들은 도서관에 가도 마땅히 책 읽을 곳을 찾기 어렵다. 교수들은 정작 연구에 필요한 책이 없다고 푸념한다. 게다가 직원들은 일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먼저 학생들의 불만. 졸업하기 전에 책이나 실컷 읽어두자는 생각으로 도서관에 나오고 있다는 이 대학 재학생 박상준씨(미학과)는 요새 아예 열람실 가기를 포기했다. 열람실은 고시생이나 취업 준비생 차지이기 때문이다. "열람실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살벌해 한마디로 책 읽는 맛이 나지 않는다. 주로 개가실에서 책을 읽지만, 학기중에는 이마저 쉽지 않다. 워낙 자리가 없어 개가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그냥 바닥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 대학 지구환경시스템 공학부에 다니는 이규남씨는 또 다른 측면에서 도서관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다. 읽을 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른 대학에 비해 책이 많은 편이라는데도 신간은 부족한 느낌이다. 컴퓨터 관련 서적을 보면 예외 없이 몇 해 묵은 것들이다. 컴퓨터 책은 한두 해만 지나도 쓸모가 없어진다. 구입 신청을 해도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신청을 포기하고 아예 사서 본다"라고 그는 말한다.




서울대 도서관에 유감이 있기는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장서 수는 물론 시설, 운영·관리, 전문 인력 등 모든 면에서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도서관이 말로는 대학의 심장부라고 떠받들리면서 실제로는 '대학의 서자' 취급을 받는다고 우려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대 교수들에게는 도서관 이용과 관련해 편리한 제도가 있었다. 급할 때는 교수 개인이 연구에 필요한 책이나 자료를 카드로 구입하고 추후 영수증을 첨부해 도서관에 제출하면 구입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였다. 하지만 이 제도는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사라진 것은 또 있다. 예전에는 영미권 유명 출판사들이 신간 관련 자료를 도서관에 보내면 이를 해당 학과에 보내 검토하게 한 후 신간을 구입하는 이른바 '어푸르벌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었다. 해당 학과에 자료가 도착하면 이를 교수들이 검토해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IMF 사태 이후 이 제도 역시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


이 바람에 교수들은 필요한 책을 제때 보지 못하거나 큰 부담을 져가며 개인적으로 구입하고 있다. 이 대학 안병직 교수(서양사학과)는 "필요한 책을 도서관에 신청하면 6개월 후에나 받아볼 수 있다. 과 단위로 책을 구입하라고 돈이 나오기는 하지만 1년에 몇 백만원이 고작이다. 책이라는 것이 필요할 때 즉시 봐야 할 경우가 있고, 몇 개월이 지나면 이미 볼 필요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필요한 책을 별도 지원 없이 개인 돈으로 모두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생각해 보면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수로 소문 난 이 대학 홍재성 교수(불문과)는 이와 별도로 도서관 인력의 전문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다. 도서관이 제구실을 하려면 무엇보다 전문성 확보가 시급한데, 서울대 도서관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전문 사서가 특정 분야의 책 선정 자문에 응하고 학생들에게 독서 지도도 한다. 그런데 우리 도서관에 가보면 책 분류조차 엉뚱하게 되어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고 그는 꼬집는다.


부족한 인력을 공익 요원으로 채워




교수나 학생들의 이같은 말이 아니고서라도 서울대 도서관의 최근 현황은 통계치만 살펴보아도 심각한 지경이다. 연간 10만권씩 증가하던 장서 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연간 9만 권 정도로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 들어서서는 7만1천여 권으로 뚝 떨어졌다. IMF 사태 이후 도서 구입비 등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뭉텅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1998년까지 서울대 도서관에 대한 국고 지원액은 연간 15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IMF 사태 이후 구조 조정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닥치기 시작한 1999년 9억원대로 줄었다. 이후 국고 지원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도서관은 이 돈에 기금 이익금(이자 발생분)과 기성회비를 합쳐 도서 구입에 필요한 재원을 예년 수준으로 근근히 유지하고 있지만, 금리 하락에 따른 이익금 감소와 책값 상승으로 인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도서 구입에 투입되는 서울대 도서관 예산은 세계 105위 수준인 45억원대이다.


서울대 도서관은 도서 구입비 중 60% 정도를 외국 학술지를 구입하는 데 쓴다. 나머지 40%도 주로 영어권 외국 서적을 구입하는 데 대부분을 쓰고 있다. 서울대 도서관이 국내에서 출판된 책을 구입하는 데 쓰는 비용은 연간 2억원어치를 넘지 못한다. 학술지나 외국 책도 중요하지만, 국내 책은 거의 손을 대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인력 문제도 책 문제 못지 않게 심각하다. 최근 이 도서관 직원 수는 정년 퇴직이나 명예 퇴직으로 인한 자연 감소 이후 더 충원되지 않아 1996년 1백28명에 이르던 직원 숫자가 지난해 1백2명으로 줄었다. 그 바람에 도서관 직원 1명이 감당해야 할 업무량은 책으로 따져 1996년 1만2천9백92권에 이르던 것이 지난해에는 1만9천8백32권이 되었다. 4년 만에 직원 한 사람당 7천권씩 관리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도서관측은 부족한 인력 문제를 공익 요원의 손을 빌려 메우고 있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도서관 업무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서울대 도서관의 한 직원은 "공익 요원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이들이 책임질 위치에 있지도 않고 전문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업무는 모두 기존 직원이 처리하기 때문에 일손 부족은 여전하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외국 대학과 견주어 서울대 도서관이 뒤떨어져 있다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87쪽 도표 참조). 그래서 서울대 도서관은 앞으로 10년 안에 장서 수 3백30만권, 학술지 종수 1만5천 종 이상을 확보해 미국 연구 도서관의 중상위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을 골자로 '장기 발전 계획'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최근 추세로는 이같은 '소박한' 목표도 꿈으로만 남을 공산이 크다. 도서관측 계산에 따르면, 이 정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 평균 75억원 정도의 도서 구입비가 10년간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로 웅비를 꿈꾸었던 국립 서울대학교는 서울대 도서관의 '초라한 국내 최고'에 참담해 하고 있다.1990년, 아이들 몇이 뛰놀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같은 시기, 국방부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을 모아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20년의 통일 한반도. 은퇴 과학자들만을 노리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을 붙잡기 위해 현장의 흔적들을 샅샅이 찾아내는 최첨단 감식장비와 남북을 대표하는 최고의 특수수사대(SI) 요원들이 투입된다. 하지만 이들을 조롱하듯 범인은 현장마다 자신의 고유한 펜던트를 남기고 사라진다. 심지어 SI의 리더인 석(김승우)의 아들마저 납치한다. 현장에서 범인의 부하를 사살하던 석은 그의 옷 속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아들마저 죽이고 만다.


한편 시내 한복판에서는 경찰청장이 삼엄한 경호 속에서 납치된다. 역시 현장에는 범인의 펜던트가 남겨진다. 이 사건 이후 청장의 딸인 범죄심리분석관 희수(김윤진)가 수사팀에 합류한다. 석은 우연히 그녀가 자신과 같은 두통을 앓고 있으며 둘 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석과 희수는 과거에 심어진 유전자에 의해 움직이는 과거의 희생자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석은 범인이 자신과 희수를 만나게 하기 위해 이 모든 범죄를 벌인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곧 이 모든 것을 풀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yesterday’라는 것을 알게 된다(6월13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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