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광주 지역 문화사업 지원 중단
  • 나권일 광주주재기자 (nafree@e-sisa.co.kr)
  • 승인 2001.11.1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호그룹은 고향이 싫다?/서울에서는 20억짜리 음악당 개관
금호그룹(회장 박정구)이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긴축 경영을 하면서 그 불똥이 광주 지역 문화계로 옮겨 붙었다. 금호그룹은 금호문화재단을 통해 18년 동안 광주에서 발행해온 격월간지 〈금호문화〉를 폐간키로 했다.




금호그룹은 또 올해 상반기 자산 매각 등을 통해 4천5백억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광주 지역 문화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던 금호문화회관도 매각했다. 때문에 광주 지역 문화계는 '금호그룹이 자금난과 긴축 경영을 이유로 지역 문화사업을 포기했다' '아껴주고 키워준 고향을 푸대접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호남 연고 기업으로서 '광주고속'을 통해 고속 성장한 금호그룹이 문화사업을 지원하려고 금호문화재단(이사장 박성용)을 설립한 것은 1977년이다. 금호문화재단은 학술 행사와 예술 창작 지원, 문화 공연을 통해 척박한 광주의 문화계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1983년 광주에서 창간된 격월간 문화 잡지 〈금호문화〉는 품격 있는 문화 정보 잡지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전성기를 구가한 〈금호문화〉는 광주일보사가 발행하는 〈월간 예향〉과 함께 광주 지역 문화 잡지의 양대 산맥이라는 평가까지 얻었다.


금호그룹 "자금난 심각,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금호문화〉는 올해부터 100쪽 안팎의 격월간지로 축소된 뒤 결국 11·12월호(통권 192호)를 내고 자진 폐간하는 운명을 맞았다. 금호학술상을 받기도 했던 범대순 전남대 명예교수(71)도 "호남 문화계의 기둥이 하나 뽑혔다"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호그룹의 '문화 포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금호그룹은 경영난을 이유로 올해 광주 동명동에 자리 잡은 금호문화재단 건물도 매각했다. 금호문화회관 건물은 대지 5백여 평에 전통 한옥 형태의 2층 건물로 호남의 문화예술인들이 애용하는 문화 공간이었다.


금호그룹이 이같이 문화사업을 축소한 것은 직접적으로는 회사채 만기 물량 도래로 연말까지 1조원을 급히 마련해야 할 정도로 다급한 자금난 때문이다. 금호그룹 광주 지역 홍보실 관계자는 "처자식만 놔두고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이 사내에 나돌 정도로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금호문화〉 폐간 결정이나 금호문화회관 매각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그룹은 서울에서는 오히려 문화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서울 사간동에서 금호미술관을 운영하고, 금호 현악 4중주단을 창립해 지원하는 금호그룹은 지난 1월 클래식 음악회를 위한 전용 홀인 금호아트홀을 20억원을 들여 서울 신문로에 개관했다. 여기에는 클래식 음악 마니아로 알려진 금호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의 뜻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지역 인터넷 언론인 〈디지털 광주 21〉 편집위원 김선출씨는 이와 관련해 "광주고속의 이름을 금호고속으로 바꾸었듯이 모든 경영에서 이른바 '촌티'제거에 열심인지 모르겠지만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이를 적용하는 것은 근본을 놓치는 것이다. 지역을 모태로 성장한 대기업이고 문화재단 역시 광주에서 출발해 그 뿌리가 확연한데 고향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인색해 서운함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문화관광부가 정한 '지역 문화의 해'에 금호에게 일격을 당한 광주 문화인들의 서운함은 쉽게 가실 것 같지 않다.



예상대로 <턱시도>가 박스오피스 수위에 무난히 안착했다. 그러나 청룽(成龍)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지난 주말 서울 43개 스크린에서 와이드 개봉했는데도 관객을 9만5백명밖에 모으지 못했다. <아이 앰 샘>은 비록 <턱시도>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100만 고지를 넘겼다.


이번 주말 개봉할 영화 중에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은 변영주 감독의 <밀애>이다. <밀애>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삶을 담은 <낮은 목소리>로 주목되었던 변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관객의 성별에 따라 평이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여성 관객들은 여성의 심리를 여성의 시각으로 섬세하게 포착한 수작이라고 보는 반면 남성 관객들은 심리 묘사가 거칠고 이야기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비난한다.


이번 주말 개봉 영화 중에 강추(강력 추천) 작품은 <텐 미니츠 트럼펫>이다. 중견 감독 일곱 사람이 ‘시간’을 주제로 10분 남짓 길이로 연출한 단편을 모아 거장의 ‘내공’과 단편 영화의 ‘재기 발랄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짐 자무시·빔 벤더스·스파이크 리·첸카이거·베르너 헤어조그·빅토르 에리세·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