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가 록음악 물 흐린다 ”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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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뮤지션 무차별 영입 의혹…“한국 록 기반 붕괴시켰다” 비난받아



"한국의 록을 부활시키겠다.” 2000년 12월 국내 무대에 컴백한 서태지가 가요계에 들고 온 화두는 ‘록 부활’이었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이라도 지려는 듯 서태지는 언더그라운드 록그룹을 자신의 콘서트 투어에 참가시켰다. 서태지 팬들이 록그룹 콘서트를 관람하고 록 음반을 사기 시작하면서 록 음악계는 때아닌 호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서태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서태지가 ‘록을 구원한다’는 명분과 ‘음악적 한계에 다다른 자신의 음악을 록으로 돌파한다’는 실리를 얻기 위해 록 뮤지션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2000년 12월 서태지 컴백 콘서트에 참가한 한 록그룹 멤버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촉발되었다. 그는 “서태지가 연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도 갖추지 않은 채 오프닝 무대에 우리를 내보내 모독했다”라고 비난했다.



서태지가 국내 활동을 접고 새로 결성한 밴드와 함께 일본에 진출하자 본격적으로 비난이 쇄도했다. 서태지가 록뮤지션을 무차별 영입해 록음악의 기반을 붕괴시켰다는 것이다. 록그룹 ‘닥터코어 911’ ‘코아 매거진’ ‘크로우’의 경우 핵심 멤버를 서태지가 빼내가면서 그룹이 사실상 해체되거나 활동이 중단되었다. 서태지는 또한 중견 록그룹인 ‘디아블로’와 ‘레이니 썬’을 기존 소속사로부터 빼돌리려 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두 그룹은 1년 넘게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디아블로 소속사의 박채전 대표는 오는 10월26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서태지의 록페스티벌 출연진 이름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배고파서 음악을 더 이상 못하겠다. 고향에 돌아가서 장사나 하겠다. 그러니 전속 계약을 해지해 달라”며 떠난 멤버들이 출연진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소속사와 결별 부추긴 증거 공개하겠다”



‘레이니 썬’ 소속사의 안승철 대표도 최근 그룹의 한 멤버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서태지측 간부가 그룹 멤버들에게 “수억원을 투자해 키워줄 테니 전 소속사와 결별하고 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멤버는 “서태지측 간부가 ‘소속사가 자신들을 놓아주도록 질리게 만들어 버리라’고 해서 콘서트를 펑크내는 등 못되게 굴었다”라고 고백했다.



디아블로와 레이니 썬을 빼돌리려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서태지컴퍼니의 안우형 대표는 “서태지가 그들을 만난 적은 있다. 그러나 음악적인 얘기만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멤버들을 본 적이 있지만 전속 계약과 관련된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단지 소속사와 갈등이 있는 것 같아 조언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서태지측의 이런 해명에 대해 안승철 대표는 “디아블로의 후견인으로 활동하면서 1억원 가까이 지원했다. 그룹이 정상 궤도에 올라서 전속 계약을 하고 새로 음반도 내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려고 했을 무렵 멤버들이 갑자기 뛰쳐나갔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태지측의 그런 주장 때문에 인디 밴드를 지원하고도 한순간에 악덕 매니저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디아블로와 레이니 썬 소속사 대표는 서태지가 그룹을 빼가기 위해 공작을 벌였다는 사실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박채전 대표는 “무분별한 가수 빼가기는 가요계의 잘못된 관행이다. 이를 서태지까지 답습했다는 사실이 아쉽다. 서태지컴퍼니 간부가 멤버들을 자극해 소속사와 결별하도록 했다는 진술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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