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가로 변신한 작가의 고백록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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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의 <9월이여, 오라>
그녀는 작가였다. 장편소설 <작은 것들의 신>이 40개국에서 6백만부나 팔리면서 그녀는 인도의 국가적 마스코트가 되었다. 인도 대법원이 ‘사르다르 사로바르댐’의 공사 중단 조처를 무효화한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물론 그 이후에도 그녀는 작가였다. 픽션 대신 논픽션을 썼지만. 그녀는 ‘무엇을 본 뒤에 침묵을 지키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기에 대해 발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행동이다’라고 믿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때부터 그녀를 작가가 아니라 활동가라고 불렀다.

아룬다티 로이(사진)의 <9월이여, 오라>(박혜영 옮김·녹색평론사 펴냄)는 서정적인 글을 쓰던 한 작가가 헌신적인 투쟁가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담히 진술한 고백록이자 정치 평론집이다. 로이는 작가의 임무란 ‘국익’이 아니라, 풀뿌리 민중의 삶을 옹호하는 데 있다고 썼다. 그녀는 그것이 ‘더 큰 공공선’이라고 확신한다. 인도의 댐 건설에서 미국이 벌이는 이라크전쟁까지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국가 이익이라는 교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정부의 행위’들을 그녀는 가차 없이 폭로했다.

그 결과, 그녀는 현재 인도 주류 사회로부터 노골적인 비난과 냉대를 받고 있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선거에 출마하는 따위의 결정을 내릴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여전히 “나는 국가가 아니라 강과 계곡으로부터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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