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 이숙이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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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논의에 변수가 되다
권노갑 전 고문(사진)과 검찰이 죽기살기로 싸우는 통에 민주당 신주류의 등이 터지고 있다. 현대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연일 새 뉴스를 터뜨리며 권씨측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8월31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권씨가 현대 비자금 2백억원을 받아 1백50억원만 지난 총선에 쓰고, 나머지 50억원은 김영완씨에게 보관토록 했다”라는 김씨의 2차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권씨가 현대말고 다른 기업에서도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한마디로 지난 총선 때 1백10억원을 지인들로부터 빌려 모두 당에 입금했다는 권씨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씨측은 정면 대응을 삼가는 분위기다. 측근인 민주당 이훈평 의원은 “미리 대응해 봤자 오히려 검찰에 반박 자료를 준비할 시간만 주게 되더라. 시시비비는 모두 판사 앞에서 가리겠다”라고 짤막하게 항변했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권씨측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김영완 말이 사실이라면 본인이 나서서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이라도 할 일이지 왜 검찰 뒤에 숨어 있느냐” “1억, 2억도 아니고 100억, 200억인데, 돈을 옮겼다는 사람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식이다.

이런 구주류측의 불만은 애꿎게도 신주류를 향해 폭발하고 있다. 검찰 뒤에는 구주류 죽이기를 통해 정계 재편을 노리는 노대통령이 있고, 이를 막으려면 검찰에 맞서는 대신 총선 자금에서 자유롭지 않은 신주류를 물고늘어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구주류의 의심과 셈법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8월28일 당무회의에서 나온 동교동계 김옥두 의원의 발언(“지난 6개월 동안 신당 얘기만 하고 권고문 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안한 신주류에 분노를 느낀다. 표결할 테면 해봐라,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은 금세 민감한 파장을 일으켰다. 김의원이 곧바로 “권고문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을 뿐 권노갑 리스트는 없다”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신주류는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터였다. 민주당 신당 논의의 변수는 바로 권 전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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