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몹 - 인터넷이 연출한 거리의 ‘허무 개그’
  • 차형석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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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몹이 한국에 상륙했다. 플래시몹은 flash(섬광)와 mob(군중)을 합한 신조어.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장소에 모여,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지시에 따라 별다른 의미가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최초의 플래시몹은 지난 6월 미국의 뉴욕에서 시작되었다. 수백 명이 뉴욕의 한 장신구 가게를 7분 동안 점거했다. 그 뒤로 이 기괴한 ‘번개 모임’은 순식간에 샌프란시스코·로마·도쿄 같은 대도시로 전파되었다. 박물관에서 동물 울음소리 내기, <매트릭스 2> 흉내내기 등 지침은 다양했다.

한국 최초의 플래시몹은 지난 8월30일 저녁 6시 강남역에서 벌어졌다. 한 플래시몹 카페(cafe.daum.net/flashmob)가 시발점이었다. 6시에 모여 1분 동안 핸드폰 알람을 울리고, 4분 동안 ‘안녕히 가세요’ ‘행복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이 행동 규칙이었다. 이 날 플래시몹에는 네티즌 40여 명이 참여했다.

플래시몹은 거리의 ‘허무 개그’이다(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이 몹 후기를 남겼다. ‘1시간 걸려서 갔다. 10초 만에 끝났다’). 플래시몹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누구인지, 왜 모였는지 묻지 않는다. 익명성과 무의미성은 플래시몹의 중요한 특징이다. 플래시몹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다. 초현실주의 유머, 포스트모던 시대에 걸맞는 퍼포먼스 등 고상한 해석에서부터 ‘그냥 재미 삼아 따라 하기’라는 단순한 반응까지. 김양은 사이버문화연구소장은 “익명성에 자신을 숨기고 싶어하면서, 또한 타인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인터넷 문화의 이중성이 엿보인다”라고 말했다.

플래시몹이 인터넷 번개 모임의 최첨단이라면, 도깨비 여행은 번개 여행의 최신판이다. 비행기 탑승객이 별로 없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일본 도쿄에 갔다가 돌아오는 ‘1박3일’ 여행이다. 도쿄 도깨비 관광은 29만9천원까지 떨어졌는데,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태풍 매미, 이라크 파병, 이경해씨 자살, 부안군수 폭행 사건, 농업 시장 개방(칸쿤 회의) 등으로 올해 추석은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하, 수상한 시절! 네티즌은 조선 시대 임금의 주치의였던 ‘여의사’ 장금을 다룬 드라마 <대장금>을 위안거리로 삼으려는 것인지,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의 텔레비전 복귀작에 관심이 크다.

9월 둘째 주 급상승 키워드10
1.매미
2.파병
3.이경해
4.김종규
5.칸쿤
6.명절증후군
7.대장금
8.플래시몹
9.청첩장
10.도깨비 여행
<엠파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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