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빨간 거짓말 북한 가서 확인했다”
  • 남문희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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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린 포드 유럽의회 의원
최근 북한을 다녀온 글린 포드 유럽의회 의원(영국 노동당·사진)은 한국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대미 자주파’에 해당한다.

지난 11월15일 오찬을 겸한 기자회견에서 그가 쏟아낸 많은 말은 그의 개인 의견에 머무르지 않았다. ‘개인 의견일 뿐 아니라 유럽의회의 의견’이기도 하다는 주최측의 설명대로라면, 최근 북한을 다녀온 글린 포드 의원은 우리식 기준으로 ‘대미 자주파’로 분류할 만했다. 그의 기자회견장은 마치 유럽연합의 ‘대미 자주 선언장’을 방불케 했다. 유럽의회가 그를 통해 ‘대미 자주 노선’을 선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일곱 차례나 다녀왔고 유럽의회의 북한 책임자라는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기자회견 초반 그의 북한 시장 경제 분석은 생동감과 깊이를 겸비한 것이었다. 현안인 북한 핵 문제로 접어들면서 그의 발언은 날이 서기 시작했다. “6자회담이 순조롭게 끝난다 해도 미국은 북한을 원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또는 “케도(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중단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 등등 거침이 없었다.

유럽연합의 북한 책임자가 갑자기 내외신 기자들을 불러놓고 ‘미국과 우리는 북한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고 선언하는 이유가 뭔지 아리송해질 때쯤, 그는 예의 거침없고 솔직한 태도로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동안 유럽연합도 북한 핵 6자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는데, 그 때마다 ‘특정 국가’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국가’는 북한이 반대하기 때문이라며 북한측에 핑계를 돌렸는데, 자신이 3주 전에 방북해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에게 확인해본 결과 북한은 한번도 유럽연합의 참여를 반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오히려 2000년부터 전세계에서 미국을 견제해줄 가장 강력한 세력은 유럽연합뿐이라며 유럽연합과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 이르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돈 내는 것은 좋다. 그러나 여태까지처럼 메뉴판도 못본 채 식사비를 내는 지겨운 짓은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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