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 “쾌청”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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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5.2% 성장 전망 내놔…개각·인사 앞두고 관가·금융계 ‘술렁’
‘2004년 한국 경제 기상도는 맑음’. 12월11일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을 5.2%로 수정 전망했다. 지난 10월 4.8%로 전망했던 한국개발연구원도 18일께 성장률을 5%대로 상향 조정한다. 양대 경제 전망 기관인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이 5% 회복론 굳히기에 들어간 때문인지, 민간 연구기관들도 성장률을 재조정할 예정이다(도표 참조).

하지만 한국은행은 소비 회복세가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이는 내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국민들이 경기 회복을 본격 체감하리라고 내다본다. 올해 경기가 워낙 나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199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데 따른 반사 효과가 나타날 것을 감안하면 5%대 성장이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마이너스 1.2%로 부진했던 설비 투자가 내년에는 갈수록 회복세가 완연해지리라고 점친다(상반기 4.4%, 하반기 8.7%).

최근 내년도 경제 운용 계획을 내놓은 정부는 5%대 성장을 이루기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와 수출이 유망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지원에 발벗고 나설 작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겼으며, 연내 통과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백17조5천억원(일반 회계 기준)에 달하는 예산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행정부의 가(假)예산 집행이 불가피해진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 사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까지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어 한마디로 나라 살림살이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 관련 법안들, 자동 폐기 위기

국회의 직무 유기는 2백여 건에 달하는 각종 경제 관련 법안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이번에 국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상당수가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한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 신행정수도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2005년께 국제 금융계의 ‘큰손’으로 떠오른다. 12월11일 발표한 동북아금융허브(중심축) 추진 전략의 핵심은 한국투자공사(KIC) 출범이다. 재경부는 1천5백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에서 2백억 달러(24조원)를 초기 투자금으로 떼낸 다음, 점진적으로 운용 규모를 1천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재경부는 한국투자공사가 국제 금융 시장의 큰손으로 기능하면, 해외 유수 금융기관의 아시아 지역본부를 유치하고 한국이 동북아 금융 허브로 자리잡는 데 도움을 주리라고 한껏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12월9일 미국 컨설팅 회사 매킨지가 동북아 6개 도시의 금융 허브 경쟁력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그렇다. 서울은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 규모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법률과 규제 체계, 영어 구사 능력, 금융 인프라가 약해 5위에 그쳤다. 금융 허브로서 전반적인 여건이 홍콩·싱가포르·도쿄는 물론 경쟁 도시인 상하이보다도 떨어지는 것이다.

이번 주는 경제 이슈의 본질이 이해 관계자 간의 다툼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8년 만에 자동차보험 요율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고 200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초동부터 운전자와 자동차 회사의 반발에 부딪힌 것이 좋은 예다. 보유세 개편 방안을 둘러싼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 간의 갈등이나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도 매한가지다.

세밑 관가와 금융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개각을 앞두고 장관들의 거취가 회자될 수밖에 없을 뿐더러 정부 기능과 조직 개편이 연내에 단행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위원장 김병준)의 개편안이 가시권에 들면서 각 부처간 물밑 신경전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금융 정책과 관련해 재경부와 금감위가, 통상교섭본부의 기능 강화와 관련해서는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 등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다. 산업 정책 기능 조정을 놓고서는 산자부·과기부·정보통신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차세대 성장 산업 지원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을 끝낸 세 부처가 또다시 한판 붙을 태세이다.

금융계가 어수선한 것은 내년 상반기까지 은행장 9명 및 금융지주회사 경영진, 금융통화위원 4명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누가 유임되고 누가 새로 들어올지 살생부가 나돌고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반면 대선 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내정 사실만 통보한 채 연말 인사를 미루고 있다.



지표로 읽는 경제
11월 중 실업자 79만2천명
전월 대비 2만 7천명(3.5%) 증가. 실업률은 3.4%로 0.1%p 상승.

11월 소비자기대지수 94.6%
전월(91.5)보다 상승. 이 수치가 100을 밑돌면 앞으로(6개월 후)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

2003년(1월∼11월) 8만4천8백63대
EF쏘나타 국내 판매 대수
5년 연속 베스트셀러 카. 2위는 아반떼XD (8만1천7백39대 판매)

2003년 종합주가지수 25.11%
상승률
대신증권은 주식 관련 투자 수익률이 다른 상품의 수익률보다 앞섰다고 분석. 강남 대형 아파트 17.96% 상승, 금 10.95%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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