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매맞은 ‘부적절 거래’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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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와이더덴닷컴 인수하려다 주가 폭락하자 ‘보류’
‘시장’이 총수를 응징했다? 7월23일 증권 시장에서는 하루 종일 SK텔레콤 팔자 물량이 쏟아졌다. 한때 지난 1년 동안 가장 낮은(52주 신저가) 15만4천원까지 추락했던 이 회사 주가가 그나마 15만7천원에 마친 것은 오후 2시께 SK텔레콤이 서둘러 ‘보류한다’는 내용의 공시 자료를 내며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폭락 사태를 촉발한 것은 SK텔레콤의 와이더덴닷컴 인수 건이었다. SK텔레콤은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채권단의 요구로 최태원 SK(주) 회장이 SK네트웍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에 담보로 맡긴 와이더덴닷컴 주식 5백60만주를 주당 5천원씩 2백80억원에 사려다가 일단 접었다. 모바일 콘텐츠 전문 업체인 와이더덴닷컴은 최대 주주(47%)가 최회장이니, 최회장의 개인 회사나 진배없다. 지난해 매출과 순익이 각각 7백77억원, 83억원이었지만, 수익의 90% 이상을 SK텔레콤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사업 구조라면 차라리 SK텔레콤의 자회사가 되는 것이 나을 수 있는데도 시장 관계자들은 왜 이렇게 격렬하게 비토한 것일까.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룹 총수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그룹 돈줄인 SK텔레콤을 동원하려 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악재가 새삼 부각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SK그룹 위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던 SKC&C와 워커힐호텔 지분 맞교환과 유사한 사례라는 분석마저 제기되었다. 결국 SK그룹이 안고 있는 지배 구조의 취약성과 경영 불투명성이 재연되었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 거래는 SK텔레콤 주주만 빼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최회장은 와이더덴닷컴 지분을 SK텔레콤에 팔아 그 돈으로 SK(주) 주식(0.47%)을 사들이려 했다. 그럴 경우 보유 지분이 1%를 넘게 된다. 채권단으로서는 담보가 최회장의 개인 회사나 다름 없는 비상장 주식에서 우량 종목이자 시장에서 팔 수 있는 SK(주)로 바뀌게 된다.

시장이 응징에 나선 것은 이 거래가 ‘그들만의 윈윈 게임’이었던 데다 최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와 정면 배치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7개월여 복역하고 지난해 9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최회장은 이후 수차례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혔다. 4월29일과 4월8일 경기도 용인 SK아카데미(연수원)에서 열린 계열사 신입 임원과의 대화와 창립 51돌 기념식에서 최회장은 “미래 기업 가치는 고객·주주·종업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행복 극대화가 중요한 척도가 된다. 세계 일류 수준의 지배구조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의 최종 선택 주목

최회장은 7월22일 상장한 이동통신 솔루션업체 텔코웨어 건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이 회사 1,3대 주주인 금한태 대표(금진호 전 장관의 아들)와 노재헌씨(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는 최회장의 사촌처남과 처남인데 이 회사의 주납품 업체가 SK텔레콤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보유 주식 가치는 공모가 기준으로 각각 2백80억원과 100억원에 달하는데, 인척 덕으로 돈방석에 올랐다는 눈총을 받았다.

지난 3월 주총에서 SK(주) 2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신승한 최회장은 내년 3월 주총에서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한다. 소버린이 이사 임기가 끝나는 그를 교체하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절박함에서 와이더덴닷컴 꼼수가 나왔다는 동정론도 없지는 않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진정한 지배 구조 개선만이 국내외 투자자, 특히 60%에 이르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우호 세력, 적어도 중립 지점에 세우게 한다는 것이다.

와이더덴닷컴 건은 아직 살아있는 악재다. SK텔레콤이 폐기한 것이 아니라 보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최회장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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