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주러 왔다 정 떼고 가는가
  • 안철흥 기자 ()
  • 승인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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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훈 대표, 민주당 정면 비판… "흔들기에 대한 반발""사무친 충고" 해석 갈려


흔들기에 대한 반발일까, 민주당에 대한 충고일까? 당직 개편을 앞둔 민주당 서영훈 대표가 민주당을 정면 비판해서 화제다. 지난 12월15일 당 외곽 단체인 새시대전략연구소 창립식에 참석해 '민주당은 정책도 비전도 없다'고 일침을 가한 것. 심지어는 "내가 당 대표로 올 때 '일은 우리가 밑에서 다 할 테니 걱정마라'고 하더니 와서 보니 엉망이더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 주변에서 흔들기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이 나온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그의 측근은 '이미 마음으로는 정치인에서 시민운동가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치권에 대한 정 떼기에 들어가면서 마지막 충고를 던졌다는 말이다.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 11개월째. 서대표는 관리형 대표이자 당내 연장자로서 원만하게 당을 이끌어 왔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줄곧 정치력 논란에 시달려온 것도 사실이다. 서대표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8·30 전당대회 직후부터. 특히 동교동계가 당권을 장악한 것이 '허세 대표론' 시비를 촉발해 그의 입지를 어렵게 했다.

"이 당은 동교동당이 아니다"라면서 그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검찰 파동이 일어났을 때는 DJ에게 검찰 수뇌 교체를 직접 건의하기도 했고, 대표 연설에서는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기자'고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교동계와 개혁 그룹 모두 서대표의 정치력에 의문을 드러내는 상황이 계속되었고, '초보 정치인' 서대표가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이은 정국 파행도 그에게 심적 부담이었다. 그의 입에서 '정치판이 개판'이라는 탄식이 나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는 마음을 닫기 시작했고, 마침내 12월 초 사의를 표했다. 서대표가 12월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듭 사의를 밝힌 다음 그의 측근은 "대표는 이미 취임 초부터 (정치를) 오래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사퇴한 다음 의원직을 유지할지 숙고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의원직 유지와 관계없이, 서대표는 지금 짧고도 길었던 정치 '외유'의 끝마무리에 들어서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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