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저격’ 명중이냐 오발이냐
  • 이숙이 기자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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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의원, '최규선-윤여준 돈 거래' 입증 여부 관심
민주당 설 훈 의원(사진)이 정치 인생의 최대 갈림길에 섰다. 그가 주장한 대로 최규선씨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측근인 윤여준 의원에게 2억5천만원을 주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영웅’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설의원의 ‘명줄을 틀어쥔’ 증거는 바로 녹음 테이프다.




설의원은 4월22일 현재 녹음 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증인에게 공개하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왜 녹음 테이프를 확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사정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윤의원은 당장 녹음 테이프를 내놓지 않으면 조작하려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몰아세우고 있다.


녹음 테이프와 함께 세간에서 궁금증을 일으키는 또 다른 대목은 ‘왜 또 설 훈인가?’이다. 설의원은 지난 3월5일과 6일 이틀 연속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회창 전 총재의 빌라 의혹을 제기했다. 이 ‘호화 빌라’ 이후 이회창씨 지지율은 급락하기 시작했고, 이는 민주당 경선에서 ‘노풍’이 부는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설의원측은 두 사건 모두 설의원에게 직접 제보가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두 번 모두 제보를 받고 1주일 정도 확인 작업을 거쳐 확신이 든 다음에 공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설의원이 얼굴 마담일 뿐 기획자와 정보 제공자는 따로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회창씨를 공격하는 재료는 청와대나 정보기관장들이 제공하고, 설의원은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설의원이 동교동 비서 출신이면서도 이미지가 좋고 영남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저격수’로 점지되었으리라고 해석했다.


설의원은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던 시각에 일부러 ‘면책 특권’이 보장되지 않는 당사를 찾아 폭로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제스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설의원이 테이프 공개를 머뭇거리는 것도 일종의 작전 아니냐며 기대를 건다.


DJ 비서들이 줄줄이 곤욕을 치르는 마당에 ‘동교동 막내’로 불리는 설의원의 폭로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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