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8단의 능력을 보여주마”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2.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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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민주당 의원, 반노·비노·친노 세력 접촉…중재 효과 드러나
김상현 민주당 상임고문(후농·사진 오른쪽)이 국회에 복귀하기 무섭게 정치력 복원에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8월10일 그는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 대표를 잇달아 만났다. 이어 12일에는 중도개혁포럼 회장이자 ‘비노(非盧)’ 그룹의 중심 인물인 정균환 원내총무와, 13일에는 ‘반노(反盧)’ 세력의 상징인 이인제 의원과 각각 회동했다.

당선된 지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그는 민주당 핵심 당직자 대부분과 접촉했다. 또한 신당추진위원장 직을 고사하던 김원길 의원이 그의 설득으로 자리를 맡는 등 후농의 정치력은 벌써부터 통하기 시작했다.





후농처럼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정치인도 드물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유일하게 당내 경쟁자로 여기며 경계했다는 그다. 지금도 동교동계 의원들은 ‘후농은 모사꾼’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이번에도 당내 일각에서는 ‘그가 곧이어 당권을 거머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에는 그의 정계 복귀를 반기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위기에 처한 노후보측이 그의 국회 입성을 물심 양면으로 지원했다. 그 또한 “신당 문제를 둘러싼 친노·반노 진영의 갈등을 봉합하고, 당의 단결과 화합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중재자’로서의 말로 자신의 역할을 다짐했다.


그는 8월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행운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총선 때 서울 서대문에서 공천을 받았다면 낙선했을 테고, 이번에도 광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출마했더라면 낙선했을 텐데, 여러 운이 겹쳐 국회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행운의 표식 중 하나로 의원회관 721호에 다시 입주하게 된 사실을 들었다. 이 방은 그가 14·15대 때 쓰던 곳이다. 당시는 그가 ‘정치 8단’ 소리를 들으며 절정의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DJ와 갈등을 빚고, 마침내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물구나무서서라도 국회에 돌아오겠다’며 눈물을 흘렸던 곳도 바로 721호이다.


절치부심한 끝에 국회에 돌아온 그가 풍비박산 상태인 민주당을 구해낼 수 있을까. 민주당 안팎에서는 걱정 반 기대 반 심정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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