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최고 스타 북한 여성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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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노라, 이겼노라, 울었노라
"북한 여성들이 없었다면 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은 어땠을까?” 10월13일, 북한의 함봉실 선수(28·사진)가 여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자 한 부산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마, 무척 재미없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답했다. 확실히 그랬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흥행은 시종일관 북한 여성들이 좌우했다.





첫 주자는 북한 여성 응원단이었다. 3백55명으로 구성된 이 응원단은 부산 다대포항에 입항하던 날(9월28일)부터 당장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보름 동안 그들이 가는 경기장에는 그들을 보러 온 인파로 늘 북적거렸다. 계순희 선수(25·유도 52kg)는 개막식 날 최종 성화 주자로 등장해 ‘깜짝 쇼’의 주인공이 되었고, 리성희 선수는 역도 53kg급에서 부산 아시안게임 첫 세계 신기록을 작성해 눈길을 끌었다. 유도 57kg급에서 금메달을 딴 홍옥송 선수(22)도 예상을 깨고 일본 선수를 물리치며 ‘흥행 릴레이’를 이어갔다.


10월5일 이후, 흥행 릴레이는 단체전으로 이어졌다. 세계 53위 김향미와 세계 13위 김현희가 주축인 북한 여자 탁구팀은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세계 1,2위 선수가 버티고 있는 중국 팀을 극적으로 꺾으며 ‘녹색 기적’을 일구었다. 여자 축구도 세계 최강 중국과 0 대 0으로 비기며 금메달을 목에 걸어, 북한 여성의 ‘힘’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함봉실 선수의 마라톤 우승은 피날레나 다름없었다. 함선수의 키는 153cm로 운동 선수로서는 더없이 작다. 그녀는 자신의 약점을 끈기와 투지와 대담으로 극복했다. 그녀는 우승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이 하루빨리 통일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하지만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감격 때문인지 개구리같이 큰 눈에 눈물을 짓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함선수를 포함한 북한 여성들의 아름다움과 힘과 바람을 모두 보여준 대회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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