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당 입당한 김원웅 의원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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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개혁은 불가능했다”
11월25일 오전 10시50분. 개혁적 국민정당(개혁당) 당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앞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김원웅!’ ‘김원웅!’ 연호가 한동안 이어졌다.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개혁당에 입당하는 김원웅 의원(사진 가운데)을 환영하기 위해 개혁당 당원 100여 명이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나온 것이다. 개혁당 유시민 대표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라며 창당 열흘 만에 원내 정당이 되었다고 들뜬 표정이었다. 4층 당사 입구에서는 노사모 핵심 멤버인 문성근·명계남 씨와 이해학 목사·효림 스님 등 시민단체인 민주개혁국민연합 관계자들이 김의원을 뜨겁게 껴안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김의원은 비로소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3김 청산을 내걸고 꼬마 민주당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그는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해 그동안 탈냉전·탈지역주의·탈맹주 정치를 외쳐왔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김의원을 지칭해 차라리 당을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철저하게 따돌림당했다.



한나라당에 몸 담고 있으면서 느낀 ‘절망’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한나라당에서 개혁적인 전망이 보이냐고 누가 물으면 2년 전에는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고, 1년 전에는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없다. 애초에 한나라당을 개혁적인 색깔로 견인해 낼 수 있다고 본 것은 착각이었다. 그동안 본질을 바꿔내지도 못하면서 장식품으로만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한나라당이 무분별하게 의원들을 영입한 것도 김의원을 자극했다. 유대표는 “김의원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고 대선 이후에 입당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무분별하게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보고 결행을 앞당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의원은 한나라당의 무분별한 의원 영입은 광복 직후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친일파를 정부 요직에 대거 등용한 것과 같다고 본다.



덧붙여 한나라당 ‘개혁파’ 인사들에 대한 실망감도 김의원의 마음을 한나라당에서 떠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택적인 영입’을 주장한 한나라당 개혁파 인사들에게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양희·이재선 의원과 입당을 막은 오장섭 의원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일갈했다.



“노무현 당선 위해 백의종군”



김의원이 개혁당에서 어떤 역할과 직책을 맡을지는 유동적이다. 유대표는 “김의원에게 개혁당 대표를 맡아 달라고 권유하고 있으나 그가 완강하게 거절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의원은 백의종군하면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 한다는 계획이다. 개혁당과 정책 연합을 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특히 충청권에서 그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시절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주도해 투옥되기도 했던 그의 아버지는 독립운동가 김근수 지사이며 어머니는 여성 광복군 전월선 여사이다. 그는 경실련에서 2001년 국회의원 2백73명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매우 성실한 의정 활동을 펼쳐왔다.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개혁당에 입당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11월23일 오후부터 김의원 홈페이지에는 ‘역시 광복군의 후예는 다르다’는 등 결단을 칭찬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수천 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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