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크리스마스, 떡 크리스마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2.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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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소비가 줄어든 원인으로 흔히 서양 문화 침투를 꼽는다. 이이제이(以夷制夷)일까. 요즘 쌀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표적 서양 풍속인 크리스마스를 쌀문화와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11월30일 서울 양재동 꽃시장 옆 농업 전문 전시장에서는 ‘러브 미(米) 크리스마스’라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린다. 행사장에는 캐럴이 울리고 3m짜리 대형 트리와 소품들, 산타클로스 차림을 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북돋운다. 이와 함께 전시장 곳곳에 전국 2백여 곳의 쌀이 전시되고 퓨전 쌀요리 20여 종이 무료로 관람객에게 제공된다. 전통 떡과 차를 먹을 수 있는 ‘질시루 크리스마스 카페’도 운영된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농림부 남태헌 서기관은 “원래 쌀은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사람끼리 애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크리스마스 하면 쌀과 떡을 떠올리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쌀과 크리스마스를 문화적으로 접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벤처농업대학은 12월18∼24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크리스마스에 견우 직녀 만나다>라는 전시회를 연다. 이 전시회에서 작가들은 쌀을 책 위에 올려놓아 문자처럼 보이게 하거나, 바닥에 뿌려 연못처럼 보이게 하는 등 쌀을 예술의 소재로 승화시켰다. 전시회를 기획한 마경남씨는 “크리스마스는 무분별하게 연인들의 날로 규정되고 있다. 한국적인 크리스마스의 개념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흰쌀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린 눈처럼 묘사한 작품이 인상적이다. 농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보다 더 하얀 라이스 크리스마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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