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 이숙이 기자 ()
  • 승인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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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도 못 잡고 실리도 놓쳤네
신주류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민주당 한화갑 대표(사진)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틀 전 전격 사퇴했다. 2월24일 청와대를 떠나는 김대중 대통령에 하루 앞서 당권을 내놓은 것이다. ‘DJ’와 ‘리틀 DJ’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권력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민주당은 본격적인 주류 교체기에 접어들었다.





한대표는 좀더 일찍 대표 직을 사퇴하려고 했었다. 한 달 전에 사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가 취소한 적도 있고, 2주 전에 대표실 짐도 꾸려 놓았다. 그런데도 이제껏 ‘버틴’ 데는 사정이 있었다.


우선 한대표가 바라던 ‘모양새 좋은 사퇴’가 여의치 않았다. 물러나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물러나라’고 하는 바람에 오기가 발동했던 것이다. 한 측근은 처음 사퇴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도 노대통령 측근이 확인 전화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대표가 좀더 남아 보호막이 되어 주기를 바랐던 청와대와 구주류측의 희망도 그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대북 송금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DJ와 구주류 처지에서는 한대표가 마지막 보루였기 때문이다. 이미 두어 해 전부터 DJ와 각을 세우기 시작한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전 고문이 최근 언론과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DJ를 공격하면서, 한대표에 대한 구주류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한대표는 결국 ‘폼’도 못 잡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채 대표 직에서 물러났다. 본인은 취임 전 사퇴라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하지만, 세간에는 더 이상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견디기 어려웠으리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측근들조차 좀더 일찍 털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튼 한대표가 물러남에 따라 김원기 고문과 정대철 최고위원 등 신주류측이 당 전면에 나설 길이 열렸다. 지지부진하던 당 개혁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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