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 베이징에서 미국 콧대 꺾어주마”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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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올림픽 중국 선수단
아테네에서 타오른 중국의 야망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한국 시각) 폐막한 아테네올림픽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1백8년 만에 발상지로 돌아간 대회’로서 각별히 눈길을 끌었던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 최대 파란을 일으킨 주인공은 중국이다. 중국은 전통의 체육 강호 러시아를 따돌리고 금메달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또 세계 체육의 패자 미국의 간담도 서늘케 했다. 중국은 금메달 35개를 따낸 미국을 불과 3개 차로 바짝 뒤쫓으며 대회 막판까지 미국을 괴롭혔다.

중국은 당초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0개를 목표로 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사격·다이빙·역도·탁구 등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종목을 중심으로 ‘금밭’을 일구어 ‘체육계의 강자’로서 면모만 지키면 된다는 모습을 보였다.

“국운이 성하면 체육이 흥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이 달라졌다. 8월14일 사격 부문에서 여자 명사수 두리가 10m 공기 소총 부문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래 중국은 예상 밖의 질주를 하며 금메달 32개를 목에 걸었다.

금메달 수보다 의미 있는 것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 선수단이 보여준 성적의 질과 내용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중국 선수들의 80% 이상은 올림픽 무대에 처음으로 명함을 내민 신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무서운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메달을 딴 종목도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유도·펜싱·육상 등 ‘세계 수준’과 10년 이상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되던 종목에서도 중국 선수단은 금메달을 따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역대 올림픽 대회 출전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어 우쭐할 만도 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이같은 성적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진짜 실력은 4년 뒤 열릴 베이징올림픽에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중국 선수단 위엔웨이민 단장은 8월29일 기자회견을 열어 “금메달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은 자랑스럽지만, 중국이 체육 강국의 지위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다. 전체 메달 수로 볼 때 미국의 1백3개는 물론 러시아의 92개에도 뒤지는 63개에 그친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부단장 체후이장은 한술 더 떠 ‘우리가 따낸 몇 개의 금메달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까지 말했다.

‘국운이 성하면, 체육이 흥한다.’ 중국의 대표 신문 런민르바오는 지난 8월30일 아테네올림픽 폐막에 즈음해 발표한 특별 사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보여 주려는지를 드러내는 말이다.

실제 런민르바오의 사설은, ‘올림픽에서 체육 건아들이 거두는 좋은 성적은, 바로 조국의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 작업이 위대한 성취를 거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목표 아래, 중국은 2001년 베이징이 차기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직후부터 ‘119 공정’을 수립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범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는 중국인의 기대는 비단 국내 정치적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서울올림픽, 일본의 도쿄올림픽 경험이 보여주듯, 올림픽 개최는 역대로 개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개최국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해 왔다. 중국은 이미 이번 아테네올림픽을 통해 ‘아시아의 명실 상부한 대표는 중국’이라는 인상을 세계에 심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이 노리는 진정한 목표는 ‘미국과 대등한 중국’을 입증하는 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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