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덕에 대박 터졌네
  • 이숙이 기자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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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칼의 노래>·뮤지컬 <인당수 이야기>, ‘대통령 효과’ 톡톡히 봐
“변화의 속도를 두 배로 올리자.” 지난 1월3일 국정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한번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에게 <체인지 몬스터(Change Monster)>와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이라는 번역서 두 권을 추천했다. “변화 관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변화를 추진하려면 정말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라는 평도 곁들였다.

이후 관가에는 대통령 권장 도서 읽기 바람이 한바탕 몰아쳤고,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번에는 일반 국민에게까지 독서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체인지 몬스터>를 펴낸 더난출판사측은 “2001년 출간된 책이어서 판매가 한풀 꺾였는데, 며칠 전부터 다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대통령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이 봤다더라” “대통령이 좋다던데…” 하는 동조 의식에서 비롯되는 ‘대통령 효과’는 지난 한 해 여러 사람 ‘재미 보게’ 만들었다. 대표 사례가 소설 <칼의 노래>와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김 훈의 소설 <칼의 노래>는 지난해 7월 노대통령이 MBC <느낌표>에 출연(사진)해 청소년 권장 도서로 소개한 후 주문량이 폭주해 지난 연말 <국민일보>가 선정한 하반기 히트 상품에까지 올랐다. 출판사인 생각의나무측은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가 한동안 주춤했는데, 방송 이후 3만질(6만부)이 더 나가 다시 한번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라고 말했다.

전직 청와대 사진사 스튜디오도 ‘북적’

<인당수 사랑가>의 경우는 좀더 극적이다. 판소리 <춘향가>와 <심청가>를 결합해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평론가들로부터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초반 흥행은 형편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태풍 와중에 노대통령이 이 작품을 관람한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흥행에 불이 붙었다. 대체 어떤 작품이냐며 관객이 몰려들어 연장 공연까지 하게 되었고, 삼청각이 공연장으로 바뀐 이래 최다 관객이 들었다. 덕분에 서울시로부터 존폐 위기에 몰렸던 삼청각은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

이밖에 노대통령의 소송을 전담하고 있는 법무법인 덕수나 노대통령이 취임 초기 디스크 수술을 받았던 우리들병원, 그리고 대통령 사진을 찍다 국정원 간부 사진을 유출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 스튜디오를 차린 전직 청와대 사진사도 대통령 효과를 적지 않게 누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 효과는 여론에서는 뭇매를 맞아도 국민에게는 대통령의 영향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하고 그 때문에 당선 후 최대 위기에 몰린 노대통령이 자기 때문에 ‘대박 난’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어떤 심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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