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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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전’에 나온 이색 제품 다섯 가지/모양 기기묘묘하지만 실용적
참별난 전시회다. ‘작품’을 1백50여 점이나 전시했는데 하나같이 볼 때마다 ‘이게 뭐야?’ 하는 소리가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짜증스럽지는 않다. 신기하고 재미있게 생긴 데다, 놀랄 만한 기능까지 갖고 있어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제품과 함께 하는 얼리어답터전’ 이야기이다. 얼리어답터는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구입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 그러니까 얼리어답터전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같이 새롭고 기기묘묘한 제품들이 나와 있다. 얼리어답터 최문규씨는 “10여 년간 모은 귀한 제품들이다. 사람들이 이것들을 보면서 세상에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많은지 깨달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말이다. 하나같이 삶을 신나고 재미있게 바꾸어줄 것 같다. 그 가운데에는 가정에서 웃으며 사용할 수 있는 실용 제품도 적지 않다. 몇 가지를 소개한다.

겉모양만 보아서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마치 작은 접시 위에 탁구공을 잘라 붙인 모양. 그러나 보기보다 성능은 뛰어나다. CD 중심에 대고 꾹 누르기만 하면 자석에 쇠가 붙듯 CD가 착 달라붙는다. CD를 맨손으로 만지면 행여나 때가 묻지 않을까, 망가지지 않을까 고심하는 ‘소심맨’들에게 유용한 물건이다. 덴마크제. 이 제품 역시 이름과 모양만 보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러나 찌개를 끓일 때 쓰는 뚜껑임을 알게 되면 삐죽 웃음이 나온다. 영하 10∼영상 230℃까지 버티는 이 엽기적인 뚜껑은 냄비의 국물이 절대 넘치지 않도록 막아준다. 펄펄 끓는 김은 당연히 돼지 콧구멍으로 흘러나온다. 재질은 실리콘이고, 일본산이다. 사탕이나 알약·반지·귀고리 등을 담아둘 수 있는 납작한 통인데 겉보기에는 평범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왜 얼리어답터들이 매료된 것일까. 비밀은 옆을 오려놓은 것 같은 뚜껑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통은 한 손으로 여닫힌다. 뚜껑 가운데를 엄지나 검지로 꾹 누르면 ‘클릭’ 하고 열리고, 뚜껑 옆을 감싸쥐면 ‘클락’ 하고 닫히는 것이다. 운전을 할 때나 전화를 걸 때 사용하면 편리하다. 알루미늄 소재로 독일에서 만들었다. 길이가 7㎝쯤 되는 가짜 완두콩깍지 2개. 껍질 안에는 콩알이 2개씩 들어 있다. 언뜻 소꿉장난감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물건이 아니다. 바로 플라스틱 병을 세척하는 도구이다. 일단 완두콩을 페트병이나 젖병에 넣은 뒤, 물을 완두콩이 잠길 만큼 붓는다. 그리고 30초 동안 위 아래로 세차게 흔들어준다. 결과는? 한마디로 놀랍다. 완두콩이 병 구석구석을 닦아주어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것이다. 일본산. 이름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냄새를 제거하는 쇳덩이다. 겉모습만 보면 서진(書鎭)이나 팽이의 밑동을 연상시킨다. 어떻게 해서 냄새를 제거해 주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반드시 물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두를 빚은 뒤 손에서 나는 양파·마늘 냄새는 물론 도마에서 나는 생선 비린내까지 말끔히 가셔낸다.

5평짜리 공간에 이 쇳덩이를 넣고 4시간이 지난 뒤 들어갔더니, 사람이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모두 제거되었다는 그럴듯한 ‘소문’도 있다. 일설에는 스테인리스 합금 재질과 물이 반응해 악취의 원인 분자를 분해한다고 알려져 있다. 독일산.

이밖에도 전시장에 가면 달콤한 자장가를 불러주는 베개, 태양으로 충전하는 배터리, 손뼉치면 달려오는 장난감 피치피치, 지포 라이터 크기인 치즈-스파이Z 카메라 같은 기발하고도 유쾌한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전시회는 5월18일까지 서울 금호갤러리에서 열린다. 문의 02-72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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