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
  • 이숙이 기자 (sooky@sisapress.com)
  • 승인 2003.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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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까지 깜짝 놀랄 인사 영입한다”
한나라당에서 다섯 의원이 탈당하고, 개혁신당연대가 뜨면서 민주당 안의 신당 논의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신주류 대표로서 중도파·구주류와 3자 협상을 벌여온 이상수 사무총장을 만나 신당 추진 방향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7월7일 당사에서 이루어졌다.


 
한나라당 탈당파와 개혁신당연대가 민주당 개혁파의 합류를 촉구하고 있다.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우리 당의 신당추진기구에 외부 창구가 2개 있다. 국민참여 1은 학계·언론계·법조계 등 각계 인사들을 만나 신당 참여를 권유하는 창구이고, 국민참여 2는 한나라당 탈당파와 신당연대, 재야 인사 등 범 개혁 세력과 접촉하는 창구다. 이 창구들을 통해 외곽 세력과 적극 만나 신당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조만간 신당추진기구가 연락사무소로 쓸 사무실을 내려고 한다. 50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다.


9월까지 별도 교섭단체를 만들자는 것이 외부 개혁파의 주장인데.

9월 정기국회를 현재의 총무단에 맡기지 말고 그 전에 새 교섭단체를 만들자는 얘긴데, 일단 7월 말까지 민주당이 1차 영입자 명단을 발표하고, 최소한 9월 말까지는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해 그분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신당 논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참신하고 역량 있는 정치 예비군이 의외로 많더라. 깜짝 놀랄 만한 인물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미 언론사 사장급, 광역단체장, 전직 대학총장, 장관급 인사들과 활발하게 교섭이 진행 중이다. 세간에 신당이 ‘지나치게’ 개혁적이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분들을 보면 우리가 추진하는 신당이 중도개혁·국민통합 정당임을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 쏠림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다. 신당이 생기면 주도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상향식 공천을 하면 국회의원 공천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해서 일부 세력이 지역 감정을 부추기고 있지만, 이런 기득권 유지 행태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강운태 의원의 중재안은 이상수(신당파) 강운태(중도파) 장성원(구주류) 세 사람이 협의해 탄생한 것이다. 이 안에 대해 신주류 강경파가 너무 양보했다고 반대해 설득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 그런데 구주류는 이 안이 신주류 강경파의 주장보다 더 강경하다며 강의원을 사쿠라로 몰기까지 했다. 논리적으로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주류가 계속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만 쏟아내고 있는데, 정 그렇다면 ‘정치적 명분’과 ‘힘’으로 압도할 수밖에 없다. 밖에 있는 개혁 세력을 껴안고, 중도파도 끌어들여 신당 지지 세력을 넓힌다는 의미다. ‘속’은 ‘세’를 따른다는 얘기가 있잖은가. 가능하면 당의 분열을 막고 윈-윈 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 정대표가 대표로서 어쩔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이해하지만, 일각에는 입장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대표 의중대로 잘 될지 모르겠다. 엄밀히 말해 구주류가 말하는 전당대회와 정대철 대표나 추미애 의원이 주장하는 전당대회는 다르다. 구주류는 당 사수 결의대회를 하자는 쪽이고, 중도파는 당원들이 리모델링을 바라느냐, 통합 신당을 바라느냐를 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 안은 신당에 대한 조기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전당대회 방안을 놓고 또다시 양측이 대립하면 자칫 신당 열기만 식힐 우려가 크다. 따라서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저쪽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승복에 대해 동의하면 검토할 수 있다. 제대로 의사를 물으면 ‘통합 신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80%가 지지해도 20%가 ‘깽판’을 놓으면 전당대회 자체가 난장판이 될 수 있다. 막상 결론이 난다 해도 또 승복 여부가 미지수이고. 따라서 최대한 설득과 압박을 병행하고, 그래도 끝내 당 사수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부는 불가피하게 남겨두고 갈 수밖에 없다. 98명이 나가고 2명이 남는 것은 분당이 아니다. ‘분당=총선 필패’는 민주당에 상당히 많은 사람이 남았을 때 성립되는 얘기인데, 그렇게 남지 않을 것이다. 신당이 기호도 2번을 쓰게 될 것이고, 우리 지지자들도 분열하지 않을 것이다.


국고보조금도 포기해야 하고, 손해가 막심할 텐데.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민주당은 한달 경상비로 20억원 이상을 조달해 쓰고 있는데, 신당도 올해와 내년 후원회를 잘 조직하면 충분히 자금을 감당할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신당 창당 자금을 공개하라면서, 대선 잔금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대선 잔금은 25억원이다. 당초 40억원 정도 남을 줄 알았는데, 선관위가 실사 후 돌려준 국고 보조금이 예상보다 적었다. 이 잔금은 1월 당 경비로 썼고, 2월부터는 후원금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신당 추진비는 1인당 5백만원에서 2천만원씩 갹출해 쓰고 있다. 신당 비용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고, 돈 씀씀이도 대폭 줄이려고 한다.


권노갑 고문과 7월5일 골프를 했는데, 신당에 대해 어떤 생각이던가?

우연히 만났고, 서로 신당의 ‘신’자도 안 꺼냈다. 다만 권고문이 여전히 동교동계의 중심이므로 가까운 시일 안에 그분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


구주류 일각에서는 총장 교체를 요구할 정도로 이총장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는데.

신주류가 정균환 총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당 동력이 시들해졌을 때 내가 다소 세게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나를 ‘신 탈레반’(신당 강경파)이라며 기회만 있으면 공격한다. 하지만 (이상수 강운태 장성원) 3자 회담 이후에는 우호적이라고 생각했는지 공격 강도가 좀 떨어지더라(웃음).


요즘 신주류가 의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 같다.

노대통령의 의중은 직·간접으로 알고 있다. 언젠가 최소 공감대는 통합신당, 최대 공감대는 개혁 신당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가 결정하면 대통령은 따라올 것이다. 다만 섣불리 나서는 것은 원치 않는 것 같다.


‘신당’이 ‘헌당’ 되었다는 비아냥이 일 정도로 그동안 신당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주류가 몇 차례 전략적 실수를 했다. 임시 지도부 구성에서는 욕심을 부려 일을 그르쳤다. 신당 워크숍 직후에는 양보를 한 것이 문제였다. 바로 당 밖에 신당추진기구를 만들어 드라이브를 걸었어야 했는데, 분열로 비칠까 봐 당 내에 모임을 만든 것이 신당의 동력을 잃는 계기가 되었다.고비고비 확실한 자기 결단이 없었던 게 걸림돌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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