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의 서막인가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www.eandh.org) ()
  • 승인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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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독감 사망자 속출…면역력 키우는 것이 최상의 예방책
19 18년 가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전세계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킬러’와 맞닥뜨렸다. 1919년 가을까지 1년 동안 전세계에서 5억명 이상이 그 킬러의 공격을 받았고, 그 중 2천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죽은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중세 때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4년에 걸쳐 앗아간 생명보다도 많은 숫자이다. 이 킬러가 1917년 중국에서 발생해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에서 8백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the Spanish Flu)’이다. 스페인 독감은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전염병으로 기록되었다.

그후 80년, 1997년 홍콩에서 정체 불명의 독감이 유행했다. 이 독감 바이러스는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던 18명 중 6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과학자들은 이 병원체가 그동안 인간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던 새로운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홍콩독감 바이러스는 새에게서나 발견되던 바이러스였다. 홍콩 당국은 조류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판단하고, 홍콩에서 사육되던 모든 닭·오리·거위 등을 도살하는 조처를 취했다.

지난해 가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또한 파괴력이 매우 컸다.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가 8천여명을 감염시키고 7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스를 유발했던 병원체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밝혀졌다.

감염 확산되자 ‘불길한 예측’ 잇달아

지금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A형 푸젠’으로 명명된 새로운 독감이 창궐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몇 주 동안 이 독감에 걸린 환자가 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었고, 이로 인해 병원마다 몰려드는 환자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A형 푸젠은 세계보건기구의 예측을 벗어난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범세계적인 감염성 질환이 늘어나자 불길한 예측들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바이러스 학자 로버트 웹스터 박사는 “1997년 홍콩에서 출현한 조류 독감 바이러스는 ‘생물학적 대재앙’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출현한 모든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들은 조류가 고스란히 보존해오고 있는데, 앞으로 이들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다른 종(種)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재출현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슨 대책이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평소에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감염성 질환 희생자가 면역 수준이 낮은 어린이나 노약자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쉽게 수긍이 간다.

면역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의약품을 포함하여 다양한 대안이 등장하고 있지만, 수많은 연구들은 가장 효과적인 면역 증강 방법으로 땀이 날 정도의 정기적인 운동과 바른 식습관, 그리고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아무리 사소한 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라고 할지라도 이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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