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한결같은 그때 그곳 ‘인권 함성’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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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양심수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1993년 9월23일 처음 시작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의 목요집회가 12월11일 500회를 맞는다. 폭설과 장대비와 뙤약볕을 헤치고 탑골공원 앞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시작되던 목요집회. 집회 참가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행사는 문민정부의 ‘배신’과 국민의정부의 ‘기만’과 참여정부의 ‘외면’을 뚫고 만 10년을 넘기면서 ‘최장기 집회’ 기록을 세웠다.
지난 10년 동안 목요집회는 양심수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인권 이슈를 제기해왔다. 세계 최장기수 김선명씨를 비롯한 비전향 장기수 석방, 고문 기술자 이근안 검거, 조작 간첩 사건 진상 규명, 국가보안법 철폐 및 공안수사기구 폐지, 경찰 폭력 개선, 감옥 인권 개선, 독립적인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등이 그것이다.

2000년 이후 목요집회는 장애인, 외국인 이주노동자, 철거민, 재소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소수자 인권 문제에 눈을 돌렸다. 임기란 할머니(75) 등 양심수 어머니 15명이 10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목요집회에 참석해 인권을 외치는 동안 아르헨티나 5월광장 어머니회, 동 티모르 독립운동가, 국제사면위원회 사무총장, 노벨 평화상 수상자 에스키벨 씨 등이 참석해 이들을 지지하고 격려했다.

5백회나 집회가 계속되면서 주변 사람들도 인권 투사로 변했다. 10년 동안 시위 장비를 날라주던 용달차 기사, 집회가 끝나고 매주 들렀던 식당 종업원들, 심지어 탑골공원의 터주 대감인 할아버지들도 이 집회에 감화를 받았다. 특히 처음에 빨갱이들이라며 손가락질하던 탑골공원 할아버지들이 이제는 ‘박수 부대’가 되었고, 간혹 보수 단체 사람들이 집회를 방해할 때 사수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기까지 한다.

12월18일 목요일에는 목요집회 500회를 기념해 ‘인권’을 주제로 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어온 공연인 ‘인권 콘서트’(장충체육관, 문의:763~ 2606)가 열릴 예정이다.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으로 이름을 바꾼 이번 콘서트에는, 정태춘 박은옥 전인권 김봉서 넥스트 이상은 꽃다지 하리수 홍석천 등이 참가한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 크랙다운’이 12만 강제 추방 대상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마음을 담아 공연하는 이번 콘서트에는, 특별히 한국 시민운동의 대부 격인 박원순 변호사가 최광기씨와 공동 사회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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