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쭉쭉 펴면 마음도 `둥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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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불균형 진단과 처방
보석 디자이너 김은미씨(39·서울 수유리)는 1년 전만 해도 몸이 말이 아니었다. 어려서 걸린 관절염 때문에 계단을 한 번에 세 단 이상 올라 간 적이 없었고, 조금만 피곤하면 방광염이 재발했다. 척추와 발목도 정상이 아니어서 오래 걸으면 목과 발목에 통증이 몰려왔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정상인과 다를 것이 없다. 장기간 복용하던 관절염 약을 끊었는데도 한달음에 계단을 올라가고, 아무리 오래 걸어도 피로한 줄 모른다. 그녀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건강을 회복한 덕에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 모든 ‘기적’은 약이나 주사가 일으킨 것이 아니다. 오로지 지난해 3월, 잡지를 통해 우연히 만난 요가 덕분이다. 하루에 한 시간씩 만난 요가가 그녀의 건강은 물론 인생까지 바꾸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김은미씨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요가의 필요성과 효과를 인정은 하지만, 시도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시도는커녕 지금도 사무실에 비딱하게 앉아 건강을 망치고 있다. 집에 가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텔레비전 리모컨을 붙들고 소파에 비스듬히 눕거나, 턱을 괸 채 옆으로 누워 기(氣)를 깨뜨려 놓고 있다.
현대인의 ‘나쁜 습관’은 매순간 계속되고 있다(이 순간 당신의 자세는 어떠신지요?). 균형이 망가진 자세가 가져오는 결과는 비관적이다. 온몸이 불균형해지고 예기치 못한 질병에 걸리는 것이다. 대한요가협회 김광백 회장에 따르면, 부인병이나 각종 성인병·편두통·요통 등은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 탓에 발병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세가 바르지 못해 일어난다. “요가를 하면 신통하게도 그런 질병이 안개처럼 사라진다”라고 그는 말했다. 한 자료에 따르면, 관절염·관상동맥질환·천식에도 요가가 효과가 있다.

요가 경전에 따르면, 요가를 통해 삼매경에 이르는 방법은 여덟 단계다. 그렇지만 요즘 그 경지에 오르려고 요가를 하는 사람은 없다. 현대 요가의 목표는 질병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몸을 꼬거나 머리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 넣는 묘기는 서커스 공연장에나 가야 볼 수 있다. 요가라이프 김 한 대표는 “몸의 불균형을 찾아내, 그것을 바로 잡는 게 현대 요가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난이도가 만만치 않은 동작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 동작은 재미와 효과를 배가하기 위한 몸짓일 뿐이다. 덕분에 한 자세에서 다른 자세로 넘어가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입문한 지 두 달 되었다는 송명철씨(24·헤어 디자이너)는 “한마디로 재미있다. 기본기만 익혔는데 벌써 몸이 가볍고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요가를 여자가 하는 운동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 김 한 대표는 “지난해부터 요가 인구가 급증했다. 2002년에 비해 무려 서너 배나 늘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남성도 적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변화가 조직이나 돈보다 ‘내 몸이 최고’라는 의식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요가에 입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좋은 요가센터를 찾아가 좋은 선생에게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하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은 집에서 혼자 할 수도 있다. 일단 ‘나 홀로’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책자를 보고 기본 동작을 익혀보자. 요즘에는 요가라이프(www.yogalife.cokr) 같은 요가 관련 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에서 불균형한 부위를 찾아내는 일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람은 모두 불균형한 부분이 있다. 우선, 직립 보행 때문에 생기는 불균형이 있다. 사람이 서서 걸으면 머리는 위쪽에 있고, 척추는 바로 펴진다. 이때 장기들이 밑으로 처지면서 몸에 이상이 생긴다. 둘째, 두 팔을 앞으로만 뻗어 쓰면서 생기는 불균형이 있다. 주로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람에게 많은데, 어깨가 저리면서 통증이 따라온다. 세 번째는 의자에 오래, 삐딱하게 앉아 있어서 생기는 불균형이 있다. 사람이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으면 갈비뼈 안의 장기들이 눌리면서 몸에 이상이 생긴다.
신체가 불균형해지면 인대와 근육, 신경·피부 조직 들이 경직된다. 그리고 몸이 뻣뻣해지면서 둔해진다. 불균형이 누적되면 당연히 후유증이 심하다. 더 큰 문제는 불균형해진 몸을 바로잡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요가 전문가들은 그 시간이 ‘보통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한다.

바로잡는다고 해서 몸이 젤리처럼 부드러워진다는 뜻이 아니다. 부드러움과 경직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 그것이 좋은 진행 방법이다. 이 상태가 되면 몸과 마음에 평화가 깃들고, 컨디션이 늘 ‘쾌청’해진다. 이제, 몸의 불균형을 찾아 ‘4주 모험’을 떠나보자. 그 전에 다시 한번 강조한다. 몸의 불균형한 부분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따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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