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지난 11월11일 자신의 손때가 묻은 카메라 1천5백대와 플래시·렌즈를 비롯한 부속 장비 등 모두 2천여 점을 전남 나주 동신대학에 기증해 사진 작품과 함께 영상 전시회를 열었다. 원로 사진작가가 평생 수집한 사진 장비가 국내 첫 카메라 박물관으로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그의 수집품들은 이제 컴컴한 창고를 떠나 많은 사람이 찾아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나왔다.
동신대 영상 박물관에는 그가 여순사건 때 사용한 미제 ‘코닥 반탐 스페셜’을 비롯해 1900년대에 제조된 목제 폴딩 카메라, 초점과 노출 기능이 분리된 트윈렌즈 리플렉스, 초점과 노출 기능이 동시에 가능한 싱글 렌즈 리플렉스와 수중·항공 카메라 등 진귀한 카메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씨는 사진 박물관을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사진 큐레이터 양성이 절실하다며 후학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광복 무렵과 한국전쟁 등 역사의 현장을 담아낸 사진집 ‘격동기의 현장’을 89년 출간해 한국 출판문화상과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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