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진의 역사 열린 터로 나오다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1996.11.2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15 광복부터 48년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등 역사적 현장들을 종군 취재해 현대사 격동기의 보도 사진 기자로 이름을 날린 이경모씨(71·동신대 무대예술학과 객원 교수)는, 고희를 넘긴 지금도 카메라를 들고 ‘한국적인 영상’을 찾아 산야를 누빈다. 평생을 카메라와 함께 살아온 그는 사진을 찍는 일말고도 청년 시절부터 국내외를 오가며 카메라 수집에 나서 독일의 라이카, 미국의 코닥, 일본의 캐논 같은 세계적 명품을 비롯해 유럽·옛 소련·중국·북한 제품에 이르기까지 1천5백여 대나 모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씨는 지난 11월11일 자신의 손때가 묻은 카메라 1천5백대와 플래시·렌즈를 비롯한 부속 장비 등 모두 2천여 점을 전남 나주 동신대학에 기증해 사진 작품과 함께 영상 전시회를 열었다. 원로 사진작가가 평생 수집한 사진 장비가 국내 첫 카메라 박물관으로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그의 수집품들은 이제 컴컴한 창고를 떠나 많은 사람이 찾아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나왔다.

동신대 영상 박물관에는 그가 여순사건 때 사용한 미제 ‘코닥 반탐 스페셜’을 비롯해 1900년대에 제조된 목제 폴딩 카메라, 초점과 노출 기능이 분리된 트윈렌즈 리플렉스, 초점과 노출 기능이 동시에 가능한 싱글 렌즈 리플렉스와 수중·항공 카메라 등 진귀한 카메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씨는 사진 박물관을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사진 큐레이터 양성이 절실하다며 후학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광복 무렵과 한국전쟁 등 역사의 현장을 담아낸 사진집 ‘격동기의 현장’을 89년 출간해 한국 출판문화상과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