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늦가을 단풍 즐길 나들이 명소
  • 글·사진 유연태(여행 작가) ()
  • 승인 1997.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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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늦가을 명소 세 곳
단풍 전선이 빠르게 남하하고 있다. 지금 남녘에서는 ‘붉은 가을’이 한창이다. 단풍의 바다에서 붉은 파도가 출렁이는 오롯한 길 사이로 가을이 마지막 불꽃을 피우고 있다.

아직 시간을 못 내 강원도나 중부권의 단풍 비경을 감상할 기회를 놓친 가족들은 호남이나 영남 지방의 명소를 찾아 길을 떠나 보도록 하자. 늦단풍 명소 세 군데를 소개한다.

백양사와 백암산

이곳의 단풍 절정기는 10월 말∼11월 초순이다. 전남 장성군 백암산(741m)은 전북 정주시 내장산과 함께 내장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한번 백양사와 백암산을 다녀온 사람들은 내장산보다 백암산의 가을 풍광을 더 높이 친다. 백학봉·학바위 등 암회색 바위들과 대비되어 백암산 단풍은 한결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내장산 단풍이 대중적이라면, 백암산의 그것은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석양이 학바위와 그 주변의 단풍나무에 내려앉는 때를 이곳 나들이객들은 최상의 감상 시간으로 꼽는다. 따라서 백암산 단풍의 절정을 보려면 등산 코스를 잘 잡아야 한다. 먼저 약수동 계곡이나 청류동 계곡으로 올랐다가 최고봉인 상왕봉을 거쳐 학바위로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백암산 매표소를 지나 3백m쯤 오르면 왼쪽으로 청류동골 오름길이 나타난다. 청류암에 닿기 전에 길이 조금 가팔라진다. 청류암에서 수통에 물을 채운 뒤 능선에 붙으면 약수동골을 둘러싸고 있는 백암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자봉에 이르기까지 오전 햇살이 융단처럼 펼쳐진 수림 위로 내리비치는 경치는 장관이다.

백양사 앞에서 바라보는, 거대한 연등을 연상시키는 저녁 무렵의 백학봉 풍광 또한 그림처럼 아름답다. 사자봉(772.6m) 상왕봉(741m) 백학봉(722m) 능선은 크게 원호를 그리고 있는 형상이다. 이 반원형 능선을 지나 학바위에 이어 백양사까지 내려오는 길을 걷는 데는 약 4∼5시간 걸리므로 쉬는 시간까지 감안해 총 7시간을 잡으면 넉넉하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632년)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좌우에 맑고 찬 계곡물이 흘러내려 경치가 매우 빼어나고, 가을 단풍을 비롯해 1년 내내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준다. 경내와, 맞은편에 군락을 이룬 난대성 늘푸른나무인 비자나무 수만 그루는 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절로 오르는 0.5㎞ 구간에는 수백 년 된 아름드리 굴나무 거목과 노송이 우거져 풍치가 좋다.
익산 미륵사지와 금산사

단순한 단풍 여행뿐만 아니라 문화 유적 답사를 겸하기에 좋은 코스이다. 호남고속도로 익산 인터체인지를 나와 익산 쪽으로 조금 가면 금마면 사무소에 이른다. 여기서 다시 함열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도로 오른편 7만여 평 터에 드문드문 돌이 널려 있고 그 사이에 우뚝 탑이 솟아 있다. 이곳이 미륵사지(사적 제150호)이다. 미륵산 좌우로 흘러내린 나지막한 능선에 자리잡은 들판 어디로 시선을 두어도 가을 서정이 그득해서 나들이 나선 가족들의 가슴을 풍요하게 만드는 곳이다.

원래 미륵사는 미륵 불국토를 염원하는 백제인들의 기원을 담은 백제 최대의 사찰이었다. 이곳에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설화가 어려 있다. 현재 미륵사지에는 창건 당시의 유물로 석탑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전화 0653-53-7804.).

미륵사지에서 나와 1번 국도를 타고 전주 방면으로 내려가다, 왕궁리 5층 석탑을 지나면 삼례 못 미쳐 왕궁온천이 나타난다. 왕궁온천수는 나트륨과 탄산염을 함유한 알칼리성 수질로 피로 회복·신경통·신경쇠약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가족탕·대중탕·볼링장·음식점과 객실 20여개 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전화 0652-291-4600).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인다는 드넓은 금만 평야. 그 한모퉁이에 우뚝 솟은 김제 모악산 남쪽 기슭에는 금산사가 들어앉았다. 봄에는 벚꽃이 화사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빼어난 곳이다. 특히 미륵전 앞에는 빨갛게 익은 감을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가 가을 산사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한국 불교 미륵 신앙의 근본 도량이자 미륵 부처를 추앙하는 수많은 민족 종교의 성지인 금산사는 백제 법왕 원년(599년)에 임금의 기복(祈福) 사찰로 창건되었다.
표충사와 사자평

경남 밀양의 표충사 위 사자평은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는 우리나라 최대의 고원 억새 군락지이다. 억새밭은 해발 8백m의 사자평 고사리 마을 마지막 상점을 지나면서 시작된다. 사자평은 재약산 남동쪽의 고원지대로 1백25만평에 이르며, 억새 군락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때 스키장으로 개발될 뻔했다. 서쪽은 ‘영남 알프스’라고 불리는 천황산 정상까지 북사면을 따라 잡목 및 암석과 섞여 있고, 동쪽은 경사면을 따라 억새밭이다. 눈이 쏟아진 듯 하얀 평원을 이룬 이곳 억새밭 중 한때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었던 곳은 억새의 키가 2m에 이르러 사람이 들어가면 파묻힐 정도이다.

표충사는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에 있는 천년 사찰이다. 신라 흥덕왕 4년(829년)에 황면선사가 세웠으며, 임진왜란 때 일본에 강화 사절로 파견되었던 사명당 대사 유정의 충의를 표창하여 표충사라 하였으며, 절 주변에는 층층폭포 금강폭포 얼음골이 있고, 산마루에는 사자평 초원이 있다.

사명대사 유물관에는 그가 쓰던 청룡언월도·방패·활 같은 무기류와 목탁 향로 병풍 탱화가 전시되어 있다. 현지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10월 마지막 주와 11월 초가 단풍 절정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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