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르는 ‘철가방’을 아시나요
  • 丁喜相 기자 ()
  • 승인 199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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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사랑 베풀기를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이 있다. 대구광역시 남구 봉덕3동에서 중국 음식점 동해반점을 운영하는 박권영씨(45)가 그 사람이다. 박씨는 22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고아원·양로원에 자장면 무료 제공, 가출 청소년 부모 찾아주기, 교도소 재소자 방문 등을 실천해 왔다.

박씨의 선행은 말 그대로 무차별적이다. 신문에 등록금이 없어 애를 태우는 수험생 기사가 나면 융자를 내서라도 돈을 마련해 찾아간다. 또 매주 생활정보지에 ‘종업원 구함’ 광고를 낸 뒤 찾아오는 가출 청소년들을 선도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박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이런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경남 합천군 봉산면이 고향인 박씨는 열한 살 때 고아가 되어 초등학교 3학년을 끝으로 대구에 올라와 자장면 배달원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스물셋에 독립해 중국집을 연 그는 지난 22년 동안 운영해온 중국집 수입을 선행 자금으로 몽땅 털어넣었다. `‘그 돈을 모았더라면 지금쯤 남부럽지 않은 부자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는 박씨는, 지금도 그날그날의 수입으로 선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불행이 찾아왔다. 지난 10여 년간 매일 아침 초등학생 등교 시간에 거리에 나가 2~3시간씩 교통 정리를 해오다 매연을 너무 마셔 폐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그래도 그는 병원을 찾지 않고 오늘도 교통 정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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