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서면 인터뷰 “싹수 있는 업종에 승부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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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7.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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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서면 인터뷰/승부 업종·합리화 대상 가려 ‘선택 경영’
“2005년에 총매출의 50%를 해외에서 올릴 계획입니다. 영국·중국·인도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과감히 합병·매수(M&A) 하거나 전략적으로 제휴할 계획입니다.”

‘자율 경영’과 ‘도약 2005’는 어떤 관계입니까?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신바람 자율 경영의 토대 위에 도약 2005라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3백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도약 2005’의 목표는 너무 높지 않은가요?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저는 남이 하지 않는 일에 과감히 도전해 세계 초우량 LG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도약 2005’는 이러한 다짐을 실현하기 위한 장기 비전입니다. 우리는 PCS 사업과 민자 발전소 건설 등 미래형 신규 사업에 진출해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 영국·중국·인도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과감히 합병·매수(M&A)하거나 전략적으로 제휴할 계획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승부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투자 재원과 기술 인력 확보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를 포함한 사장단은 주요 과제를 분담해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그룹 전체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도약 2005’의 목표는 반드시 달성될 것입니다.

LG의 가장 큰 시련은 무엇이었습니까?

노사 관계로 어려웠던 80년대 말 LG전자(금성사)가 선두를 내주었을 때입니다. 그 후유증이 얼마나 컸던지 최근에야 LG전자가 선두를 되찾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80년대 말 이후 대화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노경(勞經) 관계’를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이제는 신뢰가 굳어져 ‘바람직한 노경 문화를 선도해 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승부 업종은 무엇이며 합리화 사업은 무엇입니까?

‘도약 200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가진 미래형 사업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LG는 자동차나 중공업 등에 진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전기·전자와 화학 등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승부를 겁니다. 2000년까지 60조원을 투자해 멀티 미디어와 정보통신·생명공학 그리고 에너지와 환경 분야를 중점 육성할 계획입니다. 특히 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정보통신과 차세대 반도체 등 첨단 정보 소재를 개발하는 사업에만 23억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반면 한계·부진 사업에서는 과감히 철수할 계획입니다. 그룹 차원에서 철수할 사업은 약 90개이며, 금년부터 3년간 약 40개 사업을 정리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철수 업종 공개는 협력 업체와 대리점, 그리고 그룹 구성원 간에 불안감을 초래하므로 될수록 피할 생각입니다.

LG의 세계화 전략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2005년에 총매출의 50%를 해외에서 올릴 계획입니다. 중국·동남아·인도를 중점 전략 지역으로 삼고, 동유럽과 독립국가연합, 중남미·중동 지역도 선별해 진출할 생각입니다. 단순히 생산 시설만 이관하지 않고 조직원의 관점과 사고 방식을 세계화하는 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해외 근무 기회를 확대하고 인재 육성에 주력할 겁니다.

정도(正道)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협력 업체·고객·주주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게 공정하고 정정당당함을 견지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협력 업체는 공개 모집을 통해 발굴하고, 부장급 이상 간부가 거래선과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구조 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여유 인력은 어떻게 재배치합니까?

획일적인 인원 감축은 절대 지양합니다. 구조 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유 인력은 재교육해 성장 분야로 흡수하거나 자매사로 전보할 계획입니다. 간접 부문의 인력도 생산과 영업 등 직접 부문으로 전진 배치할 계획입니다.

북한과의 경협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습니까?

북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89년 이후 중소기업과 동반 진출을 추진해 왔습니다. 현재 컬러 텔레비전·의류·구두·자동차 배선·어구(漁具) 등 임가공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삼천리자전거와 함께 자전거 조립 공장을 세웠고, 태영수산과는 가리비 양식 사업에 공동 진출했습니다. 앞으로도 관계 기관과 협조해 임가공 사업 진출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체감 경기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헤쳐갈 방법이 있을까요?

수출이 잘되어 생산 활동이 활발한데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최근의 현상입니다. 체감 경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외적으로 만연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 부도나 금융기관 부실 등 경제 불안을 야기하는 현안에 대해 정부가 분명하고 합리적인 원칙을 마련해야 합니다.

차기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구조 조정기를 겪고 있는 만큼, 지금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한계 사업 철수와 성장 산업에 집중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합니다. 차기 정부는 기업의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완화해 주었으면 합니다. 기업을 합병할 경우 현재 체제로는 과다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므로, 합병과 매수가 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쪽에서도 기업을 합병할 때 부과하는 특별부가세나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러한 조처가 현실화하면 구조 조정을 위한 합병·매수가 활성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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