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된 대사님화폭에 그리는 제2의 삶
  • 박재권 기자 ()
  • 승인 1996.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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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별 건가요. 그림을 좋아해서 그리면 모두 화가지요.” 8월28일~9월4일 서울 갤러리아 아트홀에서 개인전을 연 임명진 화백(68)은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화가의 기질이 숨어 있다고 강조한다. 35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자이르·덴마크·베네수엘라 대사를 지낸 덕분에, 아직도 화백이라는 호칭 대신 대사님으로 통하는 그는, 87년 외교관 생활을 정년 퇴임한 뒤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해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그가 처음 붓을 손에 든 것은 56년이다. 프랑스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당시 파리에 와 있던 김흥수·이성자 화백과 교류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61년 제5회 현대미술작가 공모전에 입선한 뒤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68년 이후 20년 가까이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87년 정년 퇴임한 후 다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개인전과 그룹전에도 꾸준히 작품을 출품해 왔다.

이제 전업 화가 생활을 하는 그한테 화려했던 외교관 생활은 오히려 핸디캡이다. 사람들이 자기를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외교관’정도로 인식하는 선입견의 벽이 두텁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더욱 열심히 그림에 몰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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