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씨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라’는 가톨릭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제3세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필리핀에서 매춘과 가난에 시달리는 고아들을 돌보았고 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네팔에서는 황무지를 개간해 작물을 재배했다.
함께 일한 단체도 굿네이버스·유네스코·워크캠프 등 다양했다. 설씨가 쓴 책 곳곳에는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가득하다. 그녀는 ‘문제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도록 세상의 틀이 짜여 있다는 점이다’라며 가슴 아파한다.
설씨의 책은 자원봉사자의 시각에서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3세계를 바라보는 정치적인 안목은 다소 떨어진다. 예를 들어 네팔 반정부 게릴라의 저항을 ‘테러’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이라크 경험은 미군과 서희부대의 친절한 안내를 받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양지(陽地)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다.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꿈인 설씨는 대학 졸업후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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