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북한 돕자” 두 팔 걷고 동분서주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6.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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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0년 <뉴스위크> 동경지국장을 18년간 지낸 버나드 크리셔씨(65·<캄보디아 데일리> 편집장)는 요즘 북한 수해 주민을 돕기 위해 일선 기자 시절보다 더 바쁘게 뛰어 다니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평안북도 희천과 평안남도 안주 등 수해 지역을 둘러보고 그의 인터네트 홈 페이지(http://shrine.cyber.ad.jp/ mrosin/flood) 등을 통해 모금한 돈으로 쌀과 분유를 사 북한 주민에게 전했다. 지난 3월 방문까지 합쳐 그는 다섯 번 북한을 오갔다.

5월31일 크리셔씨는 서울 향군회관에서 당시 찍은 비디오를 공개 상영하고 북한의 수해 현황과 식량난을 증언했다. 그가 상영한 비디오에는 배급 쌀을 타려고 길게 줄지어 선 북한 주민들의 모습과 낯선 외국인의 급작스런 가정 방문에 쑥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한 가족의 모습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영양 실조에 걸려 시들어가는 아이들의 모습도 있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난해 9월 대홍수 이전에는 하루 9백g이던 1인당 배급량이 절반으로 줄어 4백50g씩만 지급되고 있다.

이 날 참석한 청중은 주로 지원된 쌀의 군량미 전용 가능성, 북한 경제의 현실 등에 대해 질문했다. 크리셔씨는 “세계식량계획(WFP) 같은 국제기구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군량미 전용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북한의 식량난이 방글라데시와 같은 나라에서 벌어졌다면 더 많은 원조를 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추가 모금 목표액 10만달러를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자기 활동이 순전히 인도주의에 입각한 것이라, 남북한 양쪽에서 모두 정치 지도자는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렇다.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그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이건 일단은 구조하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 보스니아와 같은 기아 상태가 되도록 놓아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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