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로 살펴본 ‘공의 수명’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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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은 파리 목숨 농구공은 장수 만세
공의 수명은 천차만별이다. 단 한 번 쓰고 생명이 다하는 공이 있는가 하면, 수십 번의 대회를 거치는 동안에도 건재한 공이 있다. 공은 얼마나 살까?

야구공의 목숨은 부침이 심하다. 1회 초 한화 투수 송진우가 기아의 1번 타자 이종범에게 던진 초구가 원바운드로 들어갔다면 그 공은 바로 죽는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포수가 바지에 쓱쓱 닦아 투수에게 던져주었다. 최근에는 바로 볼보이에게 전해져 운명한다. 만약 이종범이 안타를 쳤다면 그 공은 다시 송진우의 손에 건네져 목숨을 이어간다. 물론 플라이 아웃이나 스트라이크 아웃이 되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땅볼을 쳤을 경우는 공의 상태를 보아 가면서 사용한다.

수비를 마친 팀은 매회 공을 상대편 투수에게 넘기게 되어 있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공 하나로 한 경기를 소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이 파울이나 홈런으로 그라운드를 벗어나지 않고, 바운드된 투구도 없고, 흠도 나지 않는다면 공 하나로 경기를 끝낼 수 있다. 하지만 보통 한 경기에 공 100개 가량을 소비한다. 공인구 한 개에 7천원이니 한 경기를 치르는 데 공값만 70만원이 든다.

시합에 사용된 공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공은 연습용으로 쓴다. 이 공은 야수의 수비와 타격용으로 쓰인다. 투수에게는 항상 새 공이 지급된다. 프로팀에서 2주 정도 연습용으로 사용된 공은 주로 프로팀과 결연을 맺은 중·고교 야구팀에 기증되어 생명을 이어간다. 서울 잠실운동장에 가까운 배명고, 수원야구장 근처 유신고, 대전야구장 근처 대전고 등 야구장 근처의 학교가 덕을 본다.

야구공 속에는 코르크 심 위에 고무가 덧씌워져 있다. 여기에 청회색과 흰색의 모직실을 감고 다시 그 위에 면실을 감는다. 거죽은 소가죽과 말가죽의 두 쪽을 빨간색 실로 1백8번 바느질한 것이다. 야구공을 쥐어보면 부드럽고 탄력이 있다. 공을 오래 쓰면 딱딱해진다. 부상의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축구공, 사람이 1천6백20번 바느질

축구에서는 경기마다 새 공을 사용한다. 국가대표 대항전이나 프로 경기에는 한 경기에 보조공 7~8개를 함께 사용한다. 경기에 사용된 공은 연습용으로 쓴다.

초창기 축구공은 소나 돼지의 오줌보로 만들었다. 1872년 영국축구협회가 ‘축구공은 가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한 이후 가죽공만이 축구공으로 공인받았다. 최초의 공인구는 1970년 멕시코월드컵 때 사용된 ‘텔스타’. 이후 공인구는 4년을 주기로 유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2000년부터는 유럽선수권대회와 월드컵마다 2년 주기로 생명이 단축되었다.

축구공의 무게는 410~450g. 가장 가벼운 탁구공의 14~16배 정도이며, 농구공의 70% 수준이다. 축구공은 모두 1천6백20회의 바느질을 거쳐야 완성된다. 외피의 각 조각을 꿰매는 작업은 전혀 기계화되지 않았다. 숙련된 기술자가 2시간 동안 꿰매야 축구공 하나를 만들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글로벌 마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최소 수만, 많게는 수십만 명의 어린이가 축구공 생산에 고용되고 있다(<시사저널> 제659호 참조). 어린이들이 하루 종일 만드는 축구공은 3~4개. 숙련되면 10개까지 만든다. 이들이 받는 급여는 공 한 개당 100∼1백50원.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2천원이 넘지 않는다. 반면, 축구공은 개당 15만원 가량에 팔린다.
농구공은 오래 산다. 시합에만 사용한다면 몇 년이고 사용할 수 있다. 하루에 4~5시간 연습과 시합에 사용한 공은 수명이 6개월 가량 된다. 농구공 표면의 오돌토돌한 부분이 평평해지면 비로소 ‘죽은 공’이 된다. 촉감과 눈 짐작에 의해서 판단한다.

경기에는 경기구 한 개, 보조구 한 개가 사용된다. 다른 공과 달리 농구 경기에서는 조금 길이 든 공을 사용한다. 새 공은 미끄러워 선수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홈 구단은 경기 전 양 팀의 연습을 위해 볼을 각각 8개씩 준비해야 한다. 연습에 사용된 공 가운데 각 팀에서 한 개씩 골라 경기에서 쓴다.

농구공의 표면은 오렌지색 가죽이나 합성 재질로 된 여덟 쪽 조각으로 이어져 있다. 각 조각이 이어진 자리는 넓이가 6.35mm 이내여야 한다. 농구공은 1.8m 되는 높이에서 코트에 떨어뜨렸을 때 튀어 오르는 볼 위쪽까지의 높이가 1.2~1.4m가 되도록 공기가 넣어져 있어야 한다. 초등학생용 농구공이 따로 있고, 중학생부터는 성인용 공을 쓴다.

가장 무거운 공은 볼링공이다. 최대 무게가 7.2kg(16파운드)이나 된다. 공의 재질은 고무, 플라스틱, 우레탄, 리액티브우레탄 순으로 발전해 왔다.

볼링은 한 대회에서 10프레임 1게임 경기를 16~20 차례 치르는데, 볼링 볼을 레인(경기장 바닥)에 굴리면서 흠이 나기 마련이다. 선수들은 공의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 새 볼을 선호한다. 공의 홈(구멍)에 손을 맞추는 것은 테이핑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새 공도 손에 익는 데 무리가 없다. 스폰서가 있는 특급 프로 선수는 대개 한 대회를 마치면 주위 사람에게 공을 나누어 준다. 일반 선수들은 값이 부담스러워 2~3개 대회에서 같은 공을 사용한다. 볼링공은 각종 공 가운데 가장 비싸기도 하다. 프로 선수용 공은 하나에 20만~50만 원 한다.

탁구공은 가장 가벼운 공이다. 공은 셀룰로이드나 그와 유사한 플라스틱으로 만들며, 무게는 2.5g에 불과하다. 깨지기도 쉽다. 그렇다고 수명이 짧은 것은 아니다

탁구 경기에서는 대개 새 공을 사용한다. 경기마다 새 공을 이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어차피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심판과 선수들이 이상이 없다고 인정하면 연습용 공을 계속 쓰기도 한다. 공이 테이블 구석에 맞아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를 제외하고는 공을 바꾸는 일도 별로 없다.

선수용 탁구공은 빛을 반사하지 않는 백색 또는 오렌지색이어야 하고 12개 한 다스에 만원에서 2만원한다. 지름은 3.8㎝로 스쿼시 공과 비슷한 크기이다. 라켓볼은 테니스 공 크기다.
테니스는 새 공 8개로 게임을 한다. 윔블던이나 US오픈처럼 권위 있는 국제 대회에서는 일곱 게임을 치른 뒤, 매 아홉 게임마다 공을 교체한다. 격이 조금 떨어지는 대회에서는 처음에는 아홉 게임을 사용한 후, 열한 게임마다 공을 교체한다. 삼성증권 주원홍 감독은 “경기 시작할 때 연습을 하는데 이것을 두 게임으로 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배드민턴 공, 즉 셔틀콕의 생명은 선수 마음이다. 경기에 나서보지도 못하고 죽는 수도 있다. 셔틀콕은 주로 깃털이 부러지면 생명을 다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상대방의 오름세를 끊기 위한 심리적인 이유로 셔틀콕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배드민턴 한 경기에 보통 50개 정도, 많게는 60~70개를 소비한다. 코리아오픈대회처럼 규모가 큰 국제 대회에서는 셔틀콕이 약 3백50다스나 사용된다. 올림픽에서는 예선전을 거치지 않아 약 2백 다스가 소비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경기용 셔틀콕 1다스(12개)의 가격은 4만원 가량이다. 대회를 마친 공은 중·고등학교 배드민턴 팀에 기증된다.

셔틀콕은 거위 깃털 16개와 나무, 즉 코르크로 만들어진다. 초기에 닭털로 만들었기 때문에 셔틀콕이라고 불린다.

골프공의 수명은 선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프로 선수들은 대개 3~4개 홀마다 공을 바꾼다. 18홀을 돌려면 5~6개가 필요하다. 선수들은 공이 잘 맞으면 계속 한 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경주와 박세리 선수는 3홀에 한 번 공을 바꾼다. 일반 선수들도 공을 바꾸는 주기는 별반 차이가 없다. 대부분 스폰서가 있는 데다 공의 가격이 그리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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