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 살인마 연기 음미하며 즐겼다"/앤서니 홉킨스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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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사에 그보다 더 잔인하고 고상한 인물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1991년 영화 <양들의 침묵>에 등장한 한니발 렉터. 천재적인 정신과 의사이자 사람을 요리해 먹는 '식인' 살인마인 렉터 박사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틀어놓고 고급 포도주를 곁들여 사람의 간 요리를 맛보는 인물이다.

그가 10년 만에 속편 <한니발>로 돌아온다. 연방수사국 수사관 클라리스 스탈링 역은 조디 포스터에서 줄리언 무어(오른쪽)로 바뀌었지만, 한니발 렉터 역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앤서니 홉킨스(63·왼쪽)가 맡았다. "렉터 역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즐겼다"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배우 인생에서 렉터 연기를 '가장 완벽하게 통제된 최고의 연기'라고 꼽는다. 이미 그는 <양들의 침묵>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본을 읽기만 해도 자신의 머리 속에서는 렉터의 목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눈에 렉터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눈에 선하다고 한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한니발>은 실패작이라는 것이 현지의 평가다. 구성이 산만할 뿐만 아니라 잔인한 장면이 '쓸데없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니발>은 개봉 첫주 3일간 입장 수입 5천만8백만 달러를 올리며 '대박' 조짐을 보였지만 다음 주부터 수입이 급감했다. 한국에서 <한니발>은 '수입 불가'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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