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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

안은주 기자 ㅣ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4.11.18(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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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라트의 주도인 아메다바드를 여행할 때였다. 그 지역에서 꽤 유명한 무슬림 사원을 찾아가는 길에 낯익은 풍경과 마주쳤다. 골목길 안 쪽에 꽤 넓은 마당이 있었는데, 마당 한 구석에서 남자 몇 명이 불을 피우고 큰 가마솥을 건 채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네 시골 잔칫날 음식을 장만하는 것처럼 양이 많았다. 혹시나 하고 물었더니, 역시 결혼식 피로연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 결혼식을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인도에서도 결혼식은 아주 큰 잔칫날이다. 친척과 동네 사람들이 전부 모여 신랑 신부를 축하해 준다. 인도의 결혼식은 형식은 조금 다르지만 결혼식에서 담고 있는 내용은 우리 전통 혼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시는 신과 양가 부모에게 인사하고, 사람들에게 성혼 약속을 선포하고... 피로연도 내가 어릴 적 보았던 풍경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당에 큰 천막을 치고 바닥에는 멍석 대신 카페트를 깔았다. 그 위에 사람들이 앉아서 미리 준비한 음식을 먹었다.

재미있는 것은 커다란 쟁반 위에 음식을 담고 여러 사람이 함께 손으로 떠먹는 풍경이었다. 불쑥 결혼식 구경에 나선 우리도 손님으로 초대받았는데, 우리 일행에게도 똑같은 밥상을 차려주었다. 커다란 쟁반에 약밥처럼 양념한 밥과 흰 밥 그리고 그 위에 몇 가지 커리를 끼얹어 주었다. 물론 숟가락은 없었다. 우리도 그들처럼 손으로 먹는 수밖에 없었다.

인도에서는 권한 음식을 사양하는 것은 예외에 어긋나는 일이어서, 우리는 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위생 상태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었지만 맛은 아주 좋았다. 낯선 이방인들이 와서 결혼식 구경을 하고, 자기들처럼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 우스웠는지 사람들이 빙 에워싸서 우리를 구경했다.

신부는 결혼식이 끝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쉬고 있었다. 양해를 구한 뒤 우리는 신부 방에 들어가 신부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신부는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한껏 멋을 냈다. 손과 팔에는 헤나로 그림을 그려 치장했고, 코에도 금빛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신랑은 피로연이 펼쳐지는 마당에서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축의금을 받기도 했다. 우리네 결혼식 때처럼 여기서도 축의금을 낸 사람은 장부에 자기 이름과 돈 액수를 적는다. 나도 약간의 돈을 축의금으로 냈는데, 신랑이 답례품으로 담배 한 가치를 주었다. 이 날만큼은 신랑도 신부도 생애 최고의 날처럼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인도 결혼 문화에는 불합리한 구석들이 적지 않다. 특히 여자를 부속품쯤으로 여기는 남존여비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어 여자 입장에서 보면 못마땅한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다우리(결혼지참금) 문화이다. 여자들이 시집을 가려면 남자 쪽에 결혼지참금 명목으로 돈과 예물을 해 갖고 가야 한다. 그런데 이 다우리 때문에 시댁으로부터 학대받거나 그 학대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새댁들이 적지 않다.

2004년 2월에는 인도 하이드라바드에 사는 한 가정 주부(25세)가 자기 집에 불을 질러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혼한 지 1년 반 된 그녀는 임신 7개월째였다. 경찰이 밝힌 자살 원인은 시댁 식구와 남편의 학대였다. 시댁 식구와 남편은 두 달 전부터 다우리(결혼지참금)로 5만 루피(약 1백35만원)를 더 가져오라고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다고 한다. 인도 여성단체의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매년 여성 2만5천명 이상이 다우리 때문에 사망한다. 결혼지참금을 마련해야 하는 아버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목을 맨 시골 처녀, 다우리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해 구박받다가 자살하거나 심지어 시댁 식구에게 살해당하는 새댁들이 적지 않다.

다우리 때문에 세상 구경을 못하는 여자 아이들도 허다하다. 시골에서는 딸이 태어나면 산모가 아기를 베개로 눌러 죽이거나 목을 조르고, 도시에서는 태아 감별을 통해 사산시킨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뭄바이 거리에는 ‘미래에 다우리로 지출될 5만 루피를 아끼려면 5백 루피짜리 성별 테스트를 받으라’는 광고 문고가 버젓이 내걸리기도 했다고 한다.

인도 정부는 이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 1961년에 다우리 반대 법안을 제정하고, 1983년부터는 다우리에 따른 폭력을 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도 관습법은 실정법보다 우월하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우리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처벌받은 남편이나 시댁은 드물다. 젊은 세대들이 연애 결혼을 선호하면서 다우리 풍습도 조금씩 영향을 받고 있지만, 관습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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