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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여성의 솔직한 수다

뮤지컬 <메노포즈>/우리 시대 아줌마 이야기 ‘한물 간’ 팝송 선율에 실어

이영미(연극 평론가) ㅣ 승인 2005.05.20(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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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메노포즈>는 일반적인 강남풍 여성 뮤지컬과 달리 소박한 소극장 무대에 출연자도 달랑 4명이다.  
나는 강남으로, 그것도 아줌마 관객이 많은 공연을 보러 갈 때는, 대학로 공연을 볼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출발한다. 대학로 극장들이 좁고 지저분하고 불편하지만 당대 우리 연극계의 가장 중심적인 이야기와 형상화 방법들이 모이고 들끓는 그야말로 ‘본격 연극’의 본거지라면, 강남의 극장들은 (예술의전당과 유씨어터처럼 약간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화려하고 비싸지만 철저하게 자본주의적 욕망의 테두리 안에서 뱅뱅 도는 그런 곳이다.

강남에서 성공하는 작품들은 모두 이런 범주에 속한다. <맘마미아>나 <오페라의 유령> 처럼 해외에서 유명해진 뮤지컬의 라이선스 복제판이나 영어로 진행되는 어린이연극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내내 청담동에서 공연되는, 국내의 대표적인 여배우 몇 사람을 내세운 공연도 스타를 앞세운 대중 문화적 발상에서 나온 기획이다.

연극에서 이런 대중 문화 현상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시간과 경제 여유를 갖춘 고학력 여성 관객이 공연 관람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양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남의 공연 관람 문화가, 대중 문화 특유의 솔직함보다는 주로 해외의 명성이나 럭셔리한 이미지, 비싼 티켓 값 등 외적인 화려함에 치중한 점은 아쉽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드러나는 대중문화적 솔직함의 미덕이 강남의 공연 문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분명 대중적인 여성 관객층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좋은 작품일지라도, 럭셔리함도 유명 스타도 해외의 명성도 없는 경우 완전히 흥행에 실패함으로써, 화려한 강남 문화의 부박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코엑스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메노포즈>(지니 린더즈 작 권은아 연출, 7월31일까지, 02-6000-6790)는 이른바 강남풍 여성 뮤지컬들과는 다르다. 관객을 끌 만한 요인이라면 <맘마미아>의 스타 전수경과 박해미가 출연한다는 것이 전부다. 장소는 소박한 소극장에다가 출연자도 달랑 4명에 불과하다.

‘말발’과 ‘연기발’로 관객 감동 자아내

폐경 혹은 폐경기라는 뜻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폐경기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성공한 커리어우먼, 농장을 하는 생태주의자, 전업주부, 한물 간 여배우 등 각기 다른 성격인 여자 4명이 백화점에서 만나 폐경기의 온갖 증상에 대해 솔직한 수다를 떠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출연자들은,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고 땀을 흘리며 피부가 탄력을 잃고 성욕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혹은 감소하는 등 폐경기의 증상이 담긴 노래 가사를 ‘한물 간’ 팝송의 선율에 맞추어 부를 뿐이다.

   
  특별한 극적 반전 없이도 <메노포즈>는 객석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극적 반전도 없고 신작 넘버도 하나 없는 이 작품이 객석을 들썩이게 만드는 힘은, 여태껏 감추고 살았던 폐경기의 이야기를 과감히 드러내고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 리얼리티와 솔직함 때문이다. 겉으로는 멀쩡한 척하고 다니지만 비 오듯 떨어지는 땀을 남몰래 손수건으로 적셔내고, 몸에서 냄새가 날까 봐 초조해 하고,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 못하면서도 아는 체 인사하며 지나치고, 밤마다 식욕을 주체하지 못해 냉장고 근처를 헤매고, 성형수술과 다이어트에 목을 매는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놀랍도록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오로지 ‘말발’과 ‘연기발’로 죽고 산다. 농익은 우리말 일상어로 번안해낸 가사와 늙어가는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낸 중년 여배우들의 ‘망가지는 연기’는 헬스클럽에서 아무리 흔들어대도 떨어지지 않는 살, 오이지처럼 마른 몸에 덜렁 붙은 울트라 궁둥이, 자위 도구를 보고 ‘온리 유’라고 노래하는 사랑 고백 등에서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빛났다.

굳이 흠을 찾자면 중간 중간 새로운 정보 없이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이것이 원작의 미숙함 때문이라면, 천장이 낮은 극장을 고려하지 않고 원작의 무대 미술을 고집한 데서 오는 어색함은 연출의 흠일 것이다. 하지만 연출은 배우를 편안하게 만들고 맘껏 놀도록 내버려 두면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오랜만에 알맹이 있는 뮤지컬을 보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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