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널뛰기 막을 비장의 카드 꺼내다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5.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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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박 승 한국은행 총재
 
박 승 한국은행 총재(69)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박총재는 “한국은행법 28조 16항에 따르면, 한은은 금융기관 대출 최고 한도를 제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03년 10월29일 부동산 종합대책에서는 이를 검토한 적은 있지만 실행에 옮긴 적이 없었다. 박총재는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집값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성과가 없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대출 한도를 줄여 부동산 시장으로 가는 돈줄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또 집값이 많이 오른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담보 인정 비율을 제한하겠다는 ‘선택적 조처’를 도입할 뜻도 밝혔다.

박총재는 지난 6월9일 은행간 단기 차입 금리인 콜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일부 집값이 너무 오른 상태다.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 경제 안정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은이 집값 안정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금리를 올릴 수 있고, 은행 대출 한도를 규제하거나 부동산 담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내수 침체가 아직 심각한 상황이어서 금리를 섣불리 인상하기 곤란하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총재는 아직은 한은이 직접 부동산 문제에 개입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안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여전히 들썩이면 언제든지 한은이 나설 태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환율 개입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총재가 이제 중앙 은행 총재로서 자신감을 되찾은 듯하다.

박총재는 미국 뉴욕 주립대학교 올바니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1976년 한국은행 차장, 1988년 건설부장관을 거쳐 2002년 한국은행 총재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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