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 한류에 멈춤은 없는가
  • 김영덕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 ()
  • 승인 2005.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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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국, 홍콩, 타이완의 '한류 판세와 미래'

 
한류의 진원지는 단연 동아시아 지역이다. 2004년도 문화관광부의 방송프로그램 수출 통계에 따르면, 일본(57.4%) 타이완(15.3%), 중국(10.8%) 홍콩(2.4%) 등 동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6%에 이르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다른 지역 수출은 고작 14%라는 의미로, 동아시아 지역에 수출이 집중되는 현상은 이처럼 확연하다.

한류의 메카인 동아시아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은, 한류의 출발·확대·지속 과정의 중심에 반드시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한류는 드라마와 K-POP, 타이완은 드라마, 홍콩은 영화와 드라마, 일본은 드라마가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 곳곳에서 한국드라마가 일본드라마 밀어내

또 하나, 일본을 제외한 중국·홍콩·타이완에서 볼 수 있는 공통 현상은 한국 드라마가 일본 드라마의 인기를 몰아내는 형태로 수용 저변과 지평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동아시아에서 쌓아온 일본 드라마의 아성은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 점차 한국 드라마의 공세에 무너져 가고 있다.

다만 한류를 수용하는 양상은 국가 또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중국은 청소년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의 드라마와 대중 음악이 호의적으로 수용되면서, 홈쇼핑·출판·온라인 게임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어린이 채널 육성 정책을 펴고 있어, TV애니메이션의 중국 진출 전망이 밝다.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의 의무편성제 실시가 예정되어 있고, 경합 국가인 일본과 중국의 관계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은 ‘어린이 한류’의 중국 진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의 엘리트 계층을 중심으로 한류에 대한 반작용도 두드러지는 추세이다. 특히 이들의 밑바탕에 잠재한 한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반감이 눈에 드러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최근 해외 드라마를 프라임타임대에는 편성하지 못하도록 조처했고,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류에 대한 대항 개념으로 ‘한조(漢潮)’, 또는 ‘중국풍(中國風)’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중국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한국 등을 모델로 삼으면서 자국내 방송영상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추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로서는 거대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따돌리면서 한류를 지속 확대해야만 하는 힘겨운 여정이 예고되고 있다.

중국 못지 않게 반한류가 돌출되고 있는 곳이 타이완 시장이다. 한국 드라마 붐으로 인해 출연 기회가 축소되자 타이완 연예인이 스트라이크를 벌이기도 했고 타이완 당국은 8월부터 해외 수입 프로그램에 20% 부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타이완 시장의 특징은 다른 지역보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 기복이 심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유지되어 온 것은 소강 상태에서 <가을동화> <인어아가씨> <대장금>과 같은 빅 히트작품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중국이지만 홍콩의 한류는 사뭇 다르다. 홍콩은 <엽기적인 그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지금까지 영화의 단발적인 히트로 ‘소(小)한류’가 유지되어 왔지만, <천국의 계단>에 이어 금년 초의 <대장금> 열풍 등 텔레비전 드라마 붐으로 확대되면서 한류 대중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대장금>의 인기는 <허준> <봄날> 등 또 다른 한국 드라마 편성으로 이어졌고, 한복·한국 전통 요리·한국 관광·한국어 붐으로까지 퍼져 당분간 한류 붐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일본에서 <대장금> 인기 끌 듯 

<대장금>의 성공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해 작용한 결과이지만, 홍콩의 독특한 주거 공간에 따른 시청 습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홍콩은 주택가격이 매우 비싸고 규모 또한 소형이어서 온가족이 한 지붕 아래서 살아가는 주거 형태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대장금>과 같이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교육적이며 가족적인 드라마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오른 일본의 한류는 <겨울연가>에는 못 미치지만, <아름다운 날들> <올인> <천국의 계단> 등에 의해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다. 전반적으로 시청률은 다소 하향세이지만, <대장금>이 NHK BS2에서 <겨울연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어 지상파에서 방송된다면 한류 재부활도 점쳐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내 한류의 수용층 주류는 지불 능력을 갖춘 중년 여성이다. 게다가 일본은 권리 비즈니스 또는 다원적 유통 시장이 발달해 다른 국가나 지역보다 경제적 접근이 활발한 지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중국·홍콩·타이완의 한류는 상대적으로 문화적 접근이, DVD·출판권·OST권 등의 정품 시장이 튼튼한 일본 시장은 경제적 접근이 부각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권의 한류는 지역마다 색깔과 의미가 다르다. 타이완과 홍콩은 화교권 시장 진입을 위한 관문이자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지역인 반면 일본은 권리 비즈니스가 발달되어 있고 산업적으로 ‘붐’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어 비즈니스 접목이 요구되는 지역이다. 또한 중국과 타이완에서의 한류가 제도적 규제로까지 파급된 시점에서, 일방적 진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또 다른 숙제도 떠안게 되었다.      

아울러 단순한 프로그램 패키지 수출의 한계도 드러났다. 타이완 사례는 빅 히트 드라마가 계속  공급되지 못한다면 한류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국의 유통 과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진출 방식, 가령 채널 사업이나 현지 방송사업자에 대한 출자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작 기반 및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자 및 사업자 수준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다. 양질의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해외 시장에 공급되지 못한다면 한류는 단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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