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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학교 짓겠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털어놓은 실크로드 프로젝트 뒷얘기

전인평 (중앙대 창작음악학과 교수) ㅣ 승인 2005.08.05(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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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첼리스트 요요마.  

“선생님, 한국 장단 좀 가르쳐 주세요.” 요요마는 이야기 도중 한국 장단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한국 장단을 배우고 싶다고 제의했다. 나는 간단한 자진모리 장단으로 시작하여 더 느린 장단, 더 빠른 장단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탁자를 장구 삼아 맨손으로 두드리면서 진지하게 연습했다. 그가 다른 음악을 배우려는 마음을 활짝 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크로드에 빠진 두 남자의 만남

요요마와 나는 한 가지 큰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실크로드에 미쳐 있다는 것이다. 요요마는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오래 전부터 기획해 연주회를 해 왔다. 나 또한 지난 20년간 실크로드 음악을 연구해 왔다. 만국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 아이치 현에서 요요마를 만났다. 요요마는 그가 이끌고 있는 실크로드 앙상블과 함께 7월22일부터 7월31일까지 공연을 했다.

요요마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5년 전 기획되었다. 요요마가 주축이 되어 터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이란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전통 음악인과 함께 실크로드 길목의 음악을 이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나는 7월27일 오전 11시와 오후 8시 두 차례 공연을 관람했다.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한국 음악도 추가

오전 11시 공연에서는 한국 음악 두 곡이 소개되었다. 판소리 단가 <이산 저산>을 김지현이 불렀고, 김지영의 첼로 오보에 가야고의 3중주 Tryst가 연주되었다. 앙코르로 인도의 따블라(Sandeep Das)와 한국 장구(원광대 디지털대 전통타악연희과 김동원 교수)의 즉흥 연주가 있었다.

사실 인도 따블라에 비하여 장구는 효과 면에서 매우 불리한 악기다. 따블라는 우선 음색이 투명하여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또한 음정을 조정하여 다양한 음정을 낸다. 한편에는 북면에 쌀겨를 태운 가루를 코코넛 기름으로 개어 발라 말린 딱딱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아주 다양한 효과음을 낼 수 있다. 이러한 불리한데도 불구하고 김동원은 다양한 리듬과 강약을 표현하여 유쾌한 즉흥 연주를 이끌어냈다. 따블라 연주자는 자기 음악만 강하게 하지 않고 차분히 장구 연주를 뒷받침하는 아량을 발휘했다. 이 두 사람 역시 실크로드 음악 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오후 3시30분, 약속한 인터뷰 장소에서 요요마를 만났다. 약속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요요마는 “날씨가 무척 더워요, 시원한 물 한잔 마시세요”라면서 재빨리 물을 따라 주었다. 여러 사람에게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났다. 서로 인사를 나누며 가야고 연주자 김지현이 나를 대학 교수라고 소개해 주었다. 김지현으로부터 선생님이라는 말을 배운 요요마는 인터뷰 내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정중하게 대했다.

실크로드는 중국의 비단이 유럽에 전해졌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 길은 상인들의 길만은 아니었다. 음악가·문학가·화가를 비롯해 종교인 등이 모두 이 길을 이용했다. 그런 의미에서 실크로드는 ‘대화의 길’이었고,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한 ‘평화의 길’이었다. 요요마 역시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공감했다.

국적과 민족이 달라 실크로드 앙상블은 고생을 많이 했다. 영어를 못하는 연주자도 많아서 의사소통이 꽤나 어려웠다고 했다. 궁리 끝에 팻말을 2개 준비해 한 쪽에는 ‘good, 好’라고 쓰고 다른 쪽에는 ‘bad, 不好’라고 적어서 의사 소통을 했다고 했다. 동양의 음악은 평균율을 지키는 유럽의 악기와 조화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이들은 연습 내내 ‘조금 더 올려요’ ‘조금 더 내리세요’라고 하며 연주했다고 한다.

“한국 음악, 감정 풍부하고 힘 넘쳐”

요요마는 “처음에는 아무도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과연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 하고 가능성 자체에 회의가 들기도 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행 착오를 거치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니 잘 되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모두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유쾌한 시간을 보냈고,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우리 모두를 뿌듯하게 해주었다”라고 말했다.

   
  실크로드 프로젝트에는 아시아 각국의 민속음악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국 음악으로 넘어갔다. 요요마는 “한국 음악은 정말 감정이 풍부하고 힘이 넘친다. 김지현은 정말 훌륭한 연주가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묻자 그는 “이 일은 해 보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에 관한 학교를 하나 만들려고 한다. 본격적으로 실크로드 음악 교육을 시작하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은 연주가가 참여하고 더 많은 사람이 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 보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실크로드 음악학교를 만들면 와서 강의해 달라고 부탁하며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위해서 조언해 달라고 말했다. 나는 각기 다른 나라의 음정 체계를 서양 평균율에 맞추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하면 각 나라의 독창성이 깨지기 때문이다. 나는 각 나라의 고유한 리듬이 잘 살아나도록 해서 독창성을 살리면 오히려 실크로드 음악이 보편성을 얻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더불어 중국과 중앙아시아 음악 외에도 다양한 아시아 음악, 특히 한국 음악을 넣어줄 것을 주문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프로젝트에 참가한 타악연주자 김동원 교수를 만났다. 그는 “요요마는 음악가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예술가이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단원 모두를 아주 귀하게 대접한다”라고 말했다. 가야고 연주자 김지현도 말을 거들었다. 그는 “내 음악은 아직 모자람이 많지만 요요마는 칭찬을 많이 해 준다. 정말 열심히 한국 음악을 갈고 닦아 다른 나라에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요요마는 멋진 예술가였다. 세계의 정상에서 편하게 자기 길을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려운 일을 떠맡았다. 실크로드 여러 나라의 음악가를 섭외하고 이들을 모아 함께 연습하려면, 만만치 않은 경비를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번거로운 일도 많았을 것이다. 이 일이 귀찮은 일이지만 의미 있는 일이고 누군가 해야 한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그는 선교사처럼 보였다. 이 사업이 꼭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그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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