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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숨어버린‘심사위원 G’

검찰, 서울대 미대 대필 의혹 사건 무혐의 처분

신호철 기자 ㅣ eco@sisapress.com | 승인 2005.09.05(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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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가 올해 3월 복직한 김민수 교수.
 
‘저자의 철학적 이데오로기(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1998년 8월25일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의 재임용 3차 심사를 맡았던 한 심사위원은 김교수의 논문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 심사위원(통상 심사위원 G라고 불림. G는 머리 글자가 아님)은 다른 심사위원 2명에 비해 김교수를 가장 박하게 평가했다. 그가 ‘미’를 주는 바람에 논문은 불합격 처리되었다. 김민수 교수는 결국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것이 ‘서울대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렸던 김민수 교수 해직 사건의 시작이었다. 김교수와 주변 대학인들은 김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원인이 학문적 이유라기보다 ‘괘씸죄’에 따른 보복에 있다고 보았다. 6년 반 동안 법정 투쟁 끝에 김교수는 지난 3월 결국 서울대에 복직했다(<시사저널> 제803호 기사 참조)


김교수가 복직하면서 그 사이 불거졌던 여러 이슈도 하나 둘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대필 의혹 사건도 그렇다. 8월2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8월8일 김민수 교수가 고발한 ‘권영걸 교수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대필 수수께끼를 재판에서 가릴 마지막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필적 감정가들 “G는 권학장 맞다”

심사보고서 대필 사건이란 1998년 당시 김교수를 가장 박하게 평가했던 바로 그 심사위원(심사위원 G)이 알고 보니 권영걸 서울대 미대 학장이었다는 의혹이다. 서류상 심사위원 G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외부 인사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내부 인사인 권학장이 대필해 심사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은 권학장의 인사기록 카드 등을 입수해 필적감정원에 1998년 심사보고서 필적과 비교 의뢰했다. 필적 감정원 세 군데 가운데 일본의 감정원은 동일인이라고 판정했고, 국내 감정원 두 곳은 ‘상사(相似)하다‘라고 판정했다. 당시 감정을 맡았던 ㅈ감정원측은 “감정 자료가 부족하면 동일하다는 말보다 상사하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이 상사한 글씨를 연출할 가능성은 낮다”라고 말했다. 만약 권학장이 대필한 것이 맞다면, 개인적으로는 공문서 위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서울대 조직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이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최순영 의원은 2004년 11월23일 대필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 2월23일 관련 내용을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했다. 서울대(총장 정운찬)측은 공식적으로 대필 의혹을 부인했다. 


   
  왼쪽은 심사위원 G의 필적. 오른쪽은 권영걸 서울대 미대 학장의 필적. 검찰은 필적이 다르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무혐의 결정 이유에 대해 “1998년 심사보고서 원본 필적과 권영걸 교수의 과거 문서 필적을 비교해보니 차이점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육안 비교일 뿐 국과수를 통해 필적 대조를 한 것은 아니었다.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근거로는 G교수가 제출했다는 확인서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말하자면 ‘나는 권영걸 학장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였다. 하지만 그 확인서는 G교수가 직접 검찰에 제출한 것이 아니라 서울대가 대신 제출한 것이고, G교수의 서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검찰은 G교수를 직접 조사한 적도, 문의한 적도 없었다.


G교수는 이 대필 의혹을 간단히 풀 수 있는 핵심 인물이다. 권영걸 학장으로서도 G교수가 나서서 실명을 공개하고 자신의 필적을 보여주면 모든 누명(?)과 의혹을 풀 수 있어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서울대측은 “G교수의 이름이 공개되면 김민수 교수가 G교수를 물고늘어질 수 있다”라며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교수가 피고발인이었으므로   G교수를 부를 필요는 없었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1998년 당시 김민수 교수 재임용 심사위원에 위촉될 만한 주요 후보 인사 4명에게 문의한 결과 아무도 자기가 G심사위원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대판 드레퓌스 사건’과 달리 ‘서울대판 강기훈 사건’은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질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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