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날자 고 건 추락하나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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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격차 갈수록 좁혀져…3위 박근혜, ‘지방 선거 압승→역전’ 자신

 
요즘 이명박 서울시장의 손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오른손이 긁혀 상처가 났고, 멍도 들었다. 10월1일 시민들의 악수 공세로 생긴 영광의 상처들이다.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청계천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한 이시장측 준비도 치밀했다. 10월1일 청계천 복원에 딱 맞추어 이시장은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는 책을 펴냈다. ‘불도저’ 이미지를 벗고, 환경과 문화를 중시하는 이명박식 희망을 신조어 'Mbitous'(이명박의 이니셜 MB와 ambitous의 합성어)에 담고 있다. 참모들은 일찌감치 ‘청계천은 북악(청와대)으로 흐른다’며 ‘Mbitosus’의 숨은 뜻을 풀이하고 있다.

정치 풍향계인 지지율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이시장측 참모들의 이같은 장담은 허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권 주자 7명을 두고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따르면, 이명박 시장 지지율은 상승세이다(아래 표 참조). 지난 7월부터 박근혜 대표를 추월한 데 이어, 청계천 대박이 반영되지 않은 9월27일 조사에서 이시장은 고 건 전총리마저 바짝 추격하고 있다. 10월1일부터 이틀에 걸쳐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경향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이시장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이시장(21.0%)은 고 건씨(28.1%)에 뒤졌지만 격차를 좁혔고, 박근혜 대표(12.9%)와는 격차를 벌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시장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이시장 지지율의 특성을 실적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지지율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근혜 대표나 정동영 장관 같은 후보들은 ‘말 대 말’ 단계에 머무르는 무너지기 쉬운 지지율인 데 반해 이명박 시장은 ‘행동 대 행동’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시장 대권 레이스 최대 걸림돌은 당내 경선

대권 구도가 가시화하면 보통 말 대 말의 이미지 단계에서 실적을 기반으로 하는 행동대 행동 구도로 바뀌는데, 그런 면에서 이시장이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예컨대 ‘서울시 봉헌 발언’ 등 말 실수를 하더라도 지지층이 고착화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탄력을 받은 이명박 시장측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시장의 대권 레이스 가운데 가장 큰 걸림돌은 당내 경선이다. 한나라당내 혁신위원회나 소장파가 공정 경선을 위해 박근혜 대표의 조기 사퇴를 내걸었지만 물거품이 되었다. 이시장에게 불리한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차기 대권 후보 경선 방식으로 일반 국민 참여 30%, 여론 조사 20% 등 절반 정도만 밖의 여론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지지율 고공 행진을 시작한 이시장에게는 불리하지 않다. 남은 것은 당을 공략하는 일인데, 386 주자인 정태근 정무 부시장과 이춘식 전 정무 부시장이 당내 신구 세대를 나누어 공략하고 있다.

 
이시장에게 추월당한 박근혜 대표측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명박 견제론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친박그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와 관련해 눈여겨볼 사안은, 경기도 광주시 재·보선 후보 선정 과정이다. 경기도 광주시 후보로 정진섭씨가 이미 확정되었다. 그런데 공천 경쟁에서 밀린 은진수 변호사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박대표가 이명박 견제구를 던졌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은변호사는  서울시 정무 부시장감으로 거론될 만큼 이명박 시장과 가깝다. 공천 과정에서도 이명박 시장이 측면 지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시장측 인사는 박근혜 대표가 호랑이 새끼를 굳이 키울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시장에게 추월당하기는 했지만 박근혜 대표에게는 형세를 반전시킬 기회가 남아있다. 정치 일정을 보아도 박대표에게 유리하다. 선거철이 되면 박풍은 태풍이 되는데, 오는 10·26 재·보선, 그리고 내년 5월 지방 선거까지 박대표에게는 지지율을 상승시킬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이명박 시장 카드는 이제 다 보여주었다. 남은 게 없다. 반면에 박근혜 대표에게는 히든카드가 있다. 내년 지방 선거를 압승으로 이끌면 게임은 끝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는 내년 7월까지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

블루칩 고 건이 옐로칩으로 전락하는 까닭

이명박 시장의 상승세와 비교되는 고 건 전총리의 하락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 고씨는 중부권 신당 모임에 나타나는 등 ‘근거리 정치’ 행보를 보여주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원거리 정치’ 행보로 일관했던 고씨로서는 파격이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신중식 의원이 고 건 대망론을 설파하면서 고씨의 대권 행보 조기 가시화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런데 정작 지지율은 빠지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를 두고 ‘고 건 딜레마’라고 풀이했다. 원거리 정치를 할 때 고 건은 대권 블루칩으로 떠오르지만, 근거리 정치를 시작하면 옐로칩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고씨가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이 딜레마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계천 복원이 고씨에게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를 일찍 던진 셈이다.

일단 고씨는 당분간 원거리 정치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10월11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홍콩 경제 시찰에 나선데 이어, 10월 말에는 불가리아를 방문한다.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청계천 물밑에 가려진 정치권의 대권 레이스도 한층 볼거리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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