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성’ 깨뜨린 ‘매의 일침’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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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손석희, 김대중 누르고 수위 차지…매체는 KBS-조선-MBC 순

 
손석희 시대가 열렸다. <시사저널>이 1994년부터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분야를 추가해 조사한 이래 최대 사건이다. ‘만년 영향력 1위’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4위(8.6%)로 밀려나고 MBC 아나운서국 손석희 국장(49)이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12.5%)으로 선정되었다.

 
손석희 국장은 2000년 10월부터 MBC FM  라디오 <시선집중>을 진행해 왔으며 2002년부터는 심야 토론프로그램 <백분토론> 사회를 맡고 있다. 미디어오늘 박원식 편집국장은 “손석희씨의 영향력은 <백분토론>보다 주로 <시선집중>에서 나온다”라고 평가했다. <시선집중>은 매주 월~토 아침 6시5분부터 8시까지 방송되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특히 7시20분께 시작되는 화제 인물과의 전화 인터뷰가 백미다. 여야·좌우를 막론하고 ‘목표물을 향해 공중에서 일직선으로 내리꽂히는 매’(정신과 의사 정혜신씨의 표현)와 같은 손씨의 일침을 피할 사람은 없다. 직장인들은 출근길 자가용과 버스에서 손석희씨 목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손 국장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평가는 기업인(19%)· 언론인(17%)· 정치인(16%) 등 직종을 막론하고 높았다.
손석희 국장은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분야에서도 1위(13.5%)에 올랐다. 그는 젊은층으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대학신문>이 10월13일 발표한 대학생 2천13명 설문조사결과 아나운서/MC 분야와 언론인 분야 선호도 1위에 올랐다.

‘방우영 시대 3인방’ 모두 퇴장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영향력 1위를 뺏긴 것은 이 분야 조사기간(1994~2005) 가운데 1995년과 올해가 유일하다(1995년은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이 1위였다.)  그가 2003년 워싱턴으로 떠나며 사실상 은퇴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때늦은 감이 있다. 김대중씨는 2004년 11월 조선일보 부사장대우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조선일보 고문으로 있다. 아무튼 현직 시절 김대중씨를 누른 언론인은 사주를 제외하면 없었던 셈이다.

 
올해는 조선일보 계열 언론인들의 영향력 순위 변동이 컸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이 지난해 5위(7.3%)에서 올해 11위(1%)로 내려앉았다. 그는 올해 3월 <월간조선>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다. 2003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이사과 함께, ‘방우영 시대 3인방‘이 모두 퇴장하고 있다. 대신 방상훈 사장이 2위로 올라선 것이 눈에 띈다. 2003년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이 물러난 이후 ’방상훈의 조선일보’가 완성되고 있는 셈이다. 조갑제 전 대표의 퇴임에 방 사장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있다. 한편 ‘차세대 조선일보인‘으로는 강인선 워싱턴 특파원(공동 11위)이 꼽혔다.


중앙일보 언론인 가운데에는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가 9위(1.4%)에 올라 X파일 사건으로 곤욕을 치룬 홍석현 중앙일보 사주(10위, 1.3%)를 앞질렀다. 중앙일보는 흔히 ’송필호 대표-권영빈 사장‘ 쌍두마차 체제로 알려졌지만 두 사람의 영향력 격차(9위와 17위)는 크다.

그  밖에 정연주 KBS 사장(9.4%), 최문순 MBC사장(5.9%), 엄기영 MBC 특임이사(5.4), 김학준 동아일보 대표(2.5%),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1.9%)가 영향력 10인에 올랐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10걸은 손석희 국장에 이어 엄기영 MBC 특임이사(4.7%),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4.5%), 정연주 KBS 사장(2.4%),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1.8%),  정태기 <한겨레> 사장(1.8%), 최문순 MBC 사장(1.8%, 이하 공동 5위), 정관용 프레시안 정치에디터(1.3%), 손석춘 전 한겨레 논설위원(1.3%, 공동 8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1.2%) 순이었다.

언론인의 영향력 순위가 역동적으로 바뀌는 반면, 언론사의 영향력 순위는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다. KBS--조선일보--MBC로 이어지는 영향력 순서는 2001년부터 지난 5년간 동일하다. 1990년대 빅4 시대(조선일보-KBS-동아일보-MBC)와 비견해. 지금을 ‘빅3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빅3’를 합친 영항력의 절대 치는 작년보다 오히려 상승했다(300%를 전체로 할 때 152%에서 161%로). 흥미있는 점은 이들 언론사들이 ‘안티 조선’ ‘안티 MBC’ 등 끊임없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판 공세를 가장 많이 받아왔다는 점이다. 욕을 먹는 것과 영향력은 별개다.

입방아에 오를수록 영향력이 높아지는 현상은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중앙일보>의 영향력 순위는 지난해 5위에서 4위로 1단계 상승했다. X파일 악재에도 불구하고 공격적 마케팅으로 부수 확대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신뢰도는 지난해 5위에서 올해 6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올해 언론 매체 영향력 조사 결과의 또다른 특징은 온라인 뉴스사의 영향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는 가까스로 6위를 유지했지만 영향력 비율은 17.9%에서 14.1%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위였던 프레시안은 10걸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9위였던 미디어다음과 11위였던 네이버뉴스도 순위권 안에 보이지 않았다.
포털 뉴스사의 순위 하락은 의외다. 뉴스 소비처로서 포털 뉴스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추세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올해들어 포털 뉴스가 급성장하면서 포털 뉴스를 언론으로 볼 것이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이에 대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포털 뉴스 토론회 패널로 참가했던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는 “현실적으로 포털 뉴스가 언론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 매체로 보는 것이 옳다. 포털 뉴스사의 영향력이 오히려 종이 매체를 압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04년까지 과거 5년간 <시사저널> 조사에서 포털 뉴스의 영향력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최 기자는 “포털 뉴스에 대한 평가는 내년 이맘때 조사 결과를 다시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뉴스 하락세 뚜렷

5위 이후의 언론사 영향력 순서는 동아일보(20.6%), 오마이뉴스(14.1%), SBS(11.4), 한겨레(10.2%), YTN(2.8%), 매일경제(2.3%) 순이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로는 한겨레(24.3%)가 꼽혔다. 한겨레는 <한국대학신문>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신문’과 ‘가장 신뢰하는 신문’에 뽑혀 영향력과 무관하게 전문가 집단과 대학생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시사저널> 언론인·언론사 영향력 조사 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인들은 저녁에는 KBS 9시 뉴스를 보고, 아침에는 조선일보를 읽으며, 그 사이에는 손석희와 함께 한다. 인터넷을 빼면 그렇다.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세력으로서 언론 집단 전체의 영향력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5위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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